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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묘 중시·외세 저항 공감”… 이유 있는 베트남 ‘파묘' 흥행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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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묘 중시·외세 저항 공감”… 이유 있는 베트남 ‘파묘' 흥행 신드롬

입력
2024.04.08 16:00
수정
2024.04.0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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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베트남서 '역대 최대 흥행 한국 영화' 등극
풍수지리·무속신앙 등 베트남 문화 유사점 호평

베트남 청년들이 6일 하노이에 위치한 멀티플렉스 CGV '파묘' 포스터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파묘의 베트남 제목은 'EXHUMA: QUẬT MỘ TRÙNG MA'다. 직역하면 파묘: 유령무덤 발굴.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베트남 청년들이 6일 하노이에 위치한 멀티플렉스 CGV '파묘' 포스터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파묘의 베트남 제목은 'EXHUMA: QUẬT MỘ TRÙNG MA'다. 직역하면 파묘: 유령무덤 발굴.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지난 6일 오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멀티플렉스 CGV. 영화 ‘파묘’ 상영관은 관람객들로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상영관 밖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영화 포스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베트남 청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학생 응우옌티투하(22)는 “처음 (파묘가) 개봉했을 때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친구들이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입을 모아 뒤늦게 영화를 보러 왔다”고 말했다.

파묘, 베트남 개봉 3주 만에 110억 수익

한국에서 1,000만 영화 흥행 반열에 오른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초자연적 현상이나 악령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심령 공포영화)'물 파묘가 베트남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현지 개봉(지난달 15일) 3주가 지난 8일까지 관람 열기가 꺾이지 않으며 베트남 극장가 흥행 1위를 지키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영화 일부 장면을 패러디하는 영상이나 영화에 숨겨진 의미를 분석하는 글도 잇따랐다. 베트남 청년들이 영화를 예매할 때 주로 이용하는 전자지갑 플랫폼 모모(momo) 영화 리뷰 페이지에서 파묘는 10점 만점에 9.1점을 받았다. 1만2,000명 가까운 사람이 호평을 남겼다.

한국 오컬트 영화 '파묘'는 6일 기준 베트남에서 2,040억 동(약 110억 원) 넘는 수익을 올렸다. 베트남 박스오피스 캡처

한국 오컬트 영화 '파묘'는 6일 기준 베트남에서 2,040억 동(약 110억 원) 넘는 수익을 올렸다. 베트남 박스오피스 캡처

인기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베트남 박스오피스에 따르면 파묘는 6일까지 2,040억 동(약 110억 원) 넘는 흥행 수익을 냈다. 지난달 31일까지 관람객 수는 223만여 명에 달한다. 개봉 사흘 만에 6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아바타2’보다 빠른 속도였다. 종전까지 베트남에서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였던 ‘육사오(6/45)’ 수익(1,500억 동·약 81억 원)과 관람객 수(215만 명)도 훌쩍 뛰어넘었다.

흥행가도 비결은? ‘친숙함’

베트남 관람객들은 ①익숙한 샤머니즘 ②조상 묘를 중시하는 문화 ③외세 저항 작품 선호 분위기 ④신선했던 공포감을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우선 파묘는 풍수지리, 무속신앙 등 한국적 소재가 사용됐지만, 이 같은 샤머니즘은 베트남 관객들에게도 낯설지 않았다. 6일 파묘를 관람하고 나온 쯔엉(34)은 “베트남에서도 앞에 물이 있고 뒤에 산이 있는 땅을 이상적인 장소로 여긴다”며 “무속인이 굿하는 장면에서는 베트남의 '허우동(Hầu đồng·여신 숭배 민간 신앙)'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신의 선택을 받은 영매(주로 여성)가 춤, 노래 등을 통해 접신하는 모습이 유사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배우 김고은이 영화 '파묘'에서 무속인 화림을 연기하고 있다. 쇼박스 제공

배우 김고은이 영화 '파묘'에서 무속인 화림을 연기하고 있다. 쇼박스 제공

조상 묫자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줄거리도 베트남 전통문화·민간신앙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유교 문화권인 베트남은 한국처럼 조상을 잘 공양해야 한다는 믿음이 강하다. 조상을 잘 기리면 후손들에게 좋은 기운이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직장인 호앙티흐엉(27)은 “베트남에서는 부유하든 아니든 조상을 잘 섬기는 게 후손의 미덕이라고 생각해 무덤과 사당을 꾸미는 데 많은 돈을 투자한다”며 “기쁘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도 집에 있는 제단에 향을 피워 조상에게 기도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관람객들은 식민·전쟁의 역사를 떠올리며 이에 맞서는 모습에 공감했다. 한 관객은 “베트남은 오래전부터 외세의 침입을 받았고 이에 강력하게 저항해 왔기 때문에 침략에 맞서는 주제를 가진 영화와 예술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파묘 역시 일제강점기 역사를 배경으로 민족의식을 고취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6일 베트남 하노이 멀티플렉스 CGV에 파묘 브로슈어가 놓여 있다. 파묘의 베트남 제목은 'EXHUMA: QUẬT MỘ TRÙNG MA'다. 직역하면 파묘: 유령무덤 발굴.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지난 6일 베트남 하노이 멀티플렉스 CGV에 파묘 브로슈어가 놓여 있다. 파묘의 베트남 제목은 'EXHUMA: QUẬT MỘ TRÙNG MA'다. 직역하면 파묘: 유령무덤 발굴.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차별화된 공포’도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배급사 쇼박스 관계자는 “파묘가 아시아권 관객들로부터 기존의 ‘점프 스케어(무엇인가 갑자기 튀어나와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 호러에서 벗어난 깊이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묘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파묘는 인도네시아에서 개봉(지난 2월 28일) 12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개봉했던 한국 영화 중 최고 흥행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70만 명)이었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태국에서도 역대 한국 영화 흥행 3위 기록을 세웠다.



하노이=글·사진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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