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전시나 체험은 어떤 규제도 없이 가능
돈 주면 가능한 동물 체험 문화가 바뀌어야
동물카페와 승마체험장 등에서 어린이들이 토끼, 말 등에 물리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야생동물과 달리 가축 체험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주면 동물은 원하는 대로 만질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 동물 체험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초 제주의 승마 체험장에서 7세 어린이가 말에 물리는 사고에 이어 이달 초에는 경북 포항시의 동물 카페에서 2세 유아가 토끼에게 손가락이 물려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동물원 내 체험을 금지하고, 동물원이 아닌 곳에서는 야생동물을 전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동물 체험은 성행하고 있다.
이는 동물 체험 금지에 말, 토끼, 타조 등 가축은 예외이기 때문이다. 또 반려동물의 경우 5마리 이상 전시하면 동물전시업으로 신고해야 하는데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 6종(개·고양이·토끼·페럿·기니피그·햄스터) 이외에 다른 동물 전시나 체험에 대한 규정은 없다.
최근 타조 '타돌이'가 탈출한 경기 성남시의 시설 역시 토끼와 닭 등을 기르며 체험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라쿤 등 소수의 야생동물을 포함해 보유 개체가 동물원 등록 기준(야생동물 포함 10종 또는 50개체)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동물원으로 등록하지 않았다. 다만 이곳도 야생동물이 없었다면 동물원 허가 대상에서 제외돼 합법적으로 체험 시설로 운영될 수 있었다.
문제는 가축 체험 역시 야생동물 체험에 나타나는 위험성을 그대로 갖고 있다는 점이다. 동물에게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주고, 이로 인한 물림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또 동물과 인간의 접촉은 인수공통감염병 전파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동물단체들은 가축 체험을 양성화할 게 아니라 야생동물과 같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토끼 먹이주기 등의 동물 체험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성행하고 있다"며 "돈벌이와 인간의 유희를 목적으로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체험은 동물을 희생시킬 만한 적합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토끼나 말 등은 예민한 동물이라 앞으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돈을 주면 동물을 만질 수 있다는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존 동물원과 야생동물 카페에서도 유예기간 동안에는 체험이나 전시가 가능하다. 동물원으로 등록된 시설의 경우 5년의 유예 기간 내에는 기존 운영하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야생동물 카페도 4년의 유예기간 동안에는 라쿤, 고슴도치 등 야생동물 포유류를 전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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