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호주 군사동맹에 일본도 낀다… “협력 고려” 공식화

‘오커스’ 국방장관 공동 성명
첨단 군사역량 프로젝트 대상
중국 “군비 경쟁 가속화 우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3월 13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포인트 로마 해군기지에서 호주에 판매할 핵추진 잠수함과 동급인 미주리호를 배경으로 앤서니 앨버니지(왼쪽) 호주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함께 호주·영국·미국 3국 군사동맹 오커스(AUKUS)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샌디에이고=AP 연합뉴스

미국·영국·호주 3국 군사동맹이 외연 확장에 착수했다. 첨단 기술 공동 개발에 일본을 끌어들일 전망이다. 미일 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협력 구상을 공식화했다.

미 주도 외연 확장 시동

‘오커스(AUKUS)’ 3국 국방장관들은 8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에서 “우리는 일본과 오커스 ‘필러 2’ 첨단 역량 프로젝트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강점, 그리고 일본과 오커스 3국 간의 긴밀한 양자 국방 협력 관계를 인정한다”면서다. 오커스는 미국·영국·호주가 2021년 결성한 안보 공동체다. 세 나라의 국명 약자(호주 ‘A’, 영국 ‘UK’, 미국 ‘US’)를 이어 붙여 이름을 지었다.

일단 3국이 첨단 군사역량을 공동 개발한다는 계획인 필러 2가 개방 대상이다. 세 나라는 △해저 △양자 기술 △인공지능(AI)과 자율무기 △사이버 △극초음속과 대(對)극초음속 △전자전 △국방 혁신 △정보 공유 등 8개 분야 기술을 함께 개발하기로 하고, 그 진척 정도에 따라 3국 외 국가들과의 협력도 모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일본의 합류에는 미국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오커스의 외연 확대 관련 협의 개시 선언은 일부 미국 당국자가 일본을 오커스에 정식 가입시킬 것을 요구한 후 나온 동맹국 간의 타협안 성격”이라고 보도했다. 기술 역량을 갖춘 일본을 필러 2에 참여시키자는 얘기가 나온 것은 오커스 출범 때부터였지만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는 회원국이 되기에는 일본의 보안 체계가 미비하다고 여긴 영국·호주가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람 이매뉴얼 일본 주재 미국대사가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일본이 필러 2에 추가되는 첫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8~14일)과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10일)이 임박해 오던 때였다.

그러나 필러 2 개방이 일본에 그치지는 않을 듯하다. 3국은 성명에서 “오커스 회원국은 개별 필러 2 프로젝트에 다른 협력국을 추가로 참여시키려 원칙과 모델을 개발했다”며 “유망한 협력국들과 2024년 협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력을 모색할 때 고려되는 요소는 △기술력 △자금력 △산업 경쟁력 △민감 자료·정보 보호 능력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안정 증진에 미치는 영향 등이라는 게 이들 설명이다.

한국도 기술 연대 후보군

4일 미국 수도 워싱턴 백악관 앞에 성조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8~14일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환영한다는 의미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필러 2 협력 가능 국가로는 일본, 뉴질랜드, 캐나다와 함께 한국도 거론돼 왔다. 뉴질랜드와 캐나다는 미국이 주도하는 정보 공유 협의체 ‘파이브 아이즈’(미국·뉴질랜드·영국·캐나다·호주)의 일원이다. 박재적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국일보 기고에서 “오커스 첨단 기술협력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 군사적·산업적 이익 확장을 위해 필요하다”며 “기술 역량뿐 아니라 오커스 3국 및 오커스의 잠재적 연대 대상 국가와의 안보적 신뢰와 협력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재래식 무장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호주에 제공한다는 계획인 필러 1의 경우 당분간 참여 국가가 늘 가능성이 크지 않다. 영국 국방부는 “잠수함 역량은 오커스 프로그램의 필러 1이며 항상 3자 노력으로 남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래도 오커스의 핵심 견제 대상인 중국은 심기가 불편하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오커스와 일본 간 협의 개시 가능성과 관련, “미국·영국·호주의 일부 국가 대상 (오커스) 가입 유도로 아시아·태평양 군비 경쟁 가속화가 우려된다”며 “일본은 특히 역사의 교훈을 깊이 체득해 군사 안보 영역에서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