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뿌리 연대 '플라스틱 국제협약' 포럼 개최
"한국, 플라스틱 주요 생산·소비 국가이지만
회의 개최국 모범을... 산업 전환에 대비해야"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지난 20년간 2배 늘었고, 향후 40년 동안 지금보다 3배 더 양산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 원료인 화석연료 사용이 늘어 기후위기가 심화하고, 미세플라스틱과 유해성분이 인간과 생태계를 위협할 공산이 크다. 이 같은 '플라스틱 오염' 추세에 대응하고자 국제협약 제정이 논의 중인 가운데, 한국은 플라스틱을 감축하면서도 산업 전환 등 사회·경제적 여파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그린피스 등 13개 단체가 모인 '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플뿌리 연대)는 9일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협약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친 규칙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인데 '생산 자체를 줄이자'는 원칙론과 '재활용 등 폐기물 처리에 중점을 두자'는 산유국 등의 유화론이 충돌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 세계 플라스틱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2억3,000만 톤이던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9년 4억6,000만 톤으로 증가했고, 2060년 12억3,100만 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9%만 재활용되는 실정이다.
협약 마련을 위한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는 2022년 11월 우루과이에서 처음 열렸고, 이달 말 캐나다 오타와에서 4차 회의, 올해 11, 12월 부산에서 마지막 5차 회의가 예정돼 있다. 2년 안에 협약을 성안하자는 목표에 따른 일정이다.
이를 두고 이세미 플라스틱추방연대(BFFP) 글로벌 정책 고문은 "3차 회의에서 도출된 수정 초안은 산유국과 플라스틱 생산국의 방해 전략 등으로 협약 초안보다 도리어 후퇴했다"며 "통상 10년은 걸리는 환경협약을 신속히 성취하는 것보다 '야심 찬 협약'을 성사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확실한 생산 감축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지난 5일 발표된 그린피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시민 81.8%는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해 생산 감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협약 논의에 직접 참여해 온 최재연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석유·화학 강국, 주요 플라스틱 소비·수출 국가인 동시에 5차 INC 회의 개최국이자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특성을 갖고 있는 만큼, 사회·경제적 영향을 고려한 면밀한 협상 전략을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과 입장이 유사한 다른 나라들과 연대해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면서도 국내 여파를 최소화할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앞서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3차 회의 당시 정부는 관련 산업에 미칠 여파를 우려해 '생산 감축 목표 설정 등 일률적 규제 신설'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최 선임연구원은 "협약의 구속력(강제성) 정도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며 "구속력이 강하면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다양한 규제가 통일되는 효과가 있어 (국내 산업 차원에서)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고, 개도국 폐기물 관리 규범도 확립해 초국경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완화된 협약이 통과된다면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해 '보편성'이 확보된다는 장점은 있다고 짚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