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커스 “일본과 기술 협력 고려”
미일 정상회담 앞두고 공동성명
‘일본이 중국 견제 핵심’ 공감대
미국 영국 호주 3국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가 일본에 문을 열었다. 아직 초기 협력 단계이기는 하나, 중국 러시아 견제에 일본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공통 인식이 오커스 확대 개편의 이유가 됐다.
촘촘한 격자 포위망의 핵심
오커스 3국 국방장관은 8일(현지시간)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일본과 오커스 ‘필러(pillar·기둥) 2’의 첨단 역량 프로젝트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며 "일본의 강점, 그리고 일본과 오커스 3국 간의 긴밀한 양자 국방 협력 관계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필러 2는 △양자 기술 △인공지능(AI)과 자율무기 △사이버 △극초음속과 대(對)극초음속 등 8개 기술 분야 첨단 군사 역량을 함께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재래식 무장 핵추진 잠수함을 호주에 제공하는 필러 1까지 개방할 일은 당분간 없다고 영국이 선을 그었지만, 오커스가 외부 참여를 허용한 것은 2021년 출범 이래 처음이다.
일본의 합류가 순조롭지는 않았다. 외연 확장은 시기상조라는 게 영국과 호주의 입장이었다. 그런데도 미국이 밀어붙인 것은 인도·태평양 동맹 네트워크 재편 과정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해서다.
람 이매뉴얼 주일본 미국대사는 8일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세미나에서 여러 형태의 소다자 협력체를 활용해 촘촘한 '격자형 대(對)중국 포위망' 구축을 시도한다는 게 미국의 구상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주도 중국 견제를 위한 포위망의 핵심이 일본이다.
기존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한미일 3각 협력뿐 아니라 11일 첫 정상회담으로 발족하는 미국 일본 필리핀 3자 협의체에서도 미국과 일본이 함께한다. 이번 10일 워싱턴 미일정상회담이 동아시아에서 사실상 미국의 중국 견제 대리인 역할을 하게 될 일본에 미국이 완장을 채워 주는 자리가 되는 셈이다.
“우크라 오늘이 동아시아 내일”
미국과의 안보 공조가 절실하기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2022년 벌어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일본의 지정학적 사고를 근본적으로 바꿨고, 강경파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숙원 사업이던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온건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본격 추진할 수 있게 하는 토양이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기시다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오늘이 동아시아의 내일일 수 있다”는 경고를 반복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와 중국·북한을 가깝게 만들어 일본이 느끼는 위협을 가중시켰다는 게 그의 인식일 수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미국·일본의 이심전심은 기시다 총리의 11일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 십분 반영될 전망이다. 2015년 4월 아베 전 총리 이후 9년 만의 일본 총리 연설인 이 자리에서 기시다 총리는 일본이 국제 질서 유지 책임을 미국과 함께 맡는 자세를 강조할 것이라고 일본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오커스의 핵심 견제 대상인 중국은 심기가 불편하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미국 영국 호주의 일부 국가 대상 (오커스) 가입 유도로 아시아·태평양 군비 경쟁 가속화가 우려된다"며 "일본은 특히 역사의 교훈을 깊이 체득해 군사 안보 영역에서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