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 결합 단백질 ‘ELAVL2’가 최악 뇌종양인 교모세포종(glioblastoma) 악성화와 치료 저항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서울대병원·서울대 의대 공동 연구팀이 이같은 내용이 담긴 연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교모세포종은 중추신경계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뇌종양으로, 5년 생존율이 3%에도 미치지 못해 최악의 뇌암으로 꼽힌다. 특히 악성화 경향과 높은 치료 저항성으로 인해 재발이 잦다. 이러한 난치성 질환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은 오랫동안 의학계의 큰 과제였다.
박성혜(병리과)·백선하(신경외과) 서울대병원 교수(김요나·유지현 연구원), 구자록 서울대 의대 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대규모 유전체 및 전사체 분석, 세포 기반 실험, 조직 마이크로어레이 분석을 통해 ELAVL2 단백질 결핍이 교모세포종의 메젠카이멀 형질 전환을 촉진하며, 이로 인해 화학 요법 내성이 증가함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의 TCGA(The Cancer Genome Atlas) 프로그램에 따르면 교모세포종은 유전자 변이에 따라 프로뉴로널(proneuronal)·클래시컬(classical)·메젠카이멀(mesenchymal) 등 3가지 아형(sub-type)으로 분류된다.
주변 신경 조직으로 침윤이 심한 메젠카이멀 아형은 특히 악성화 경향이 높고 치료 반응성이 낮아 예후(치료 경과)가 가장 나쁘다.
그러나 최근 면역항암제를 포함한 새로운 치료법으로 제한적인 효과만을 보이는 데다 이러한 메젠카이멀 아형으로의 전사체 변화에 기초가 되는 조절 메커니즘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아 교모세포종 악성화에 기여하는 새로운 유전자 및 치료법 발견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특정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RNA 결합 단백질 ELAVL2에 주목했다. ELAVL2가 이러한 메젠카이멀 아형으로의 전환을 조절하는 역할을 밝히고자 했다. 공공데이터베이스를 통한 대규모 유전체 및 전사체 데이터 분석을 시행해 ELAVL2 발현과 교모세포종의 특정 아형 간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ELAVL2는 다른 암종보다 교모세포종에서 가장 빈번히 결손돼 있으며, 그 결손은 교모세포종의 악성 메젠카이멀 형질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ELAVL2가 교모세포종 진행과 관련된 중요한 분자적 특징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ELAVL2 매개 변화가 특정 교모세포종 아형 형질과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ELAVL2 발현은 암세포 전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피간엽이행(EMT)과 관련된 유전자들과 역관계를 보였다.
이어 ELAVL2 손실이 교모세포종 세포의 메젠카이멀 형질 전환과 화학 요법 내성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세포 실험을 수행했다. 이를 위해, siRNA를 사용하여 ELAVL2의 발현을 억제하거나, ELAVL2를 과발현시킨 세포 모델을 구축했다.
연구 결과, ELAVL2 손실은 교모세포종 세포에서 메젠카이멀 형질 전환과 화학 치료 내성 증가를 촉진했다. 반면 ELAVL2 과발현은 이러한 현상을 억제했다.
추가로 182명의 서울대병원 뇌종양 환자 조직 검체(샘플)를 분석해 ELAVL2 단백질 발현 수준과 환자 생존율 간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이를 통해 높은 ELAVL2 단백질 발현이 유리한 생존 결과와 연관됐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분자적으로, ELAVL2는 상피간엽이행을 억제하는 분자인 SH3GL3와 DNM3의 전사체에 직접 결합해 그들의 mRNA 안정성을 조절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ELAVL2가 교모세포종의 메젠카이멀 형질 전환을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구자록 교수는 “ELAVL2가 교모세포종에서 종양 억제와 mRNA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교모세포종의 복잡한 전사체 변화와 뇌종양 진행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했다.
박성혜 교수는 “이번 연구가 교모세포종 환자 진단·예후 평가에서 ELAVL2를 새로운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했다.
백선하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서 ELAVL2의 결손과 관련된 mRNA 및 단백질 발현 수준의 변화가 악성 뇌종양 발달과 진행에 있어 새로운 분자적 경로를 제안한다”며 “이 발견이 메젠카이멀 전환 억제 및 교모세포종의 화학 요법 내성 감소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자매지인 ‘NPJ 정밀 종양학(NPJ Precision Oncology)’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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