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22대 총선 대패 뒤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정쇄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총리를 포함해 이관섭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고위참모들도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국민의 선택을 받기에 부족했다”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사상 최대 격차의 여소야대를 초래한 참패에 여권 내 대대적인 인적 쇄신은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정권심판이 민심의 기조였고, 역사적 참패 책임이 가장 큰 만큼 이관섭 비서실장의 대독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마땅하다. 독단적 국정운영과 불통 정치는 민심 이반의 큰 원인이다. 총선용으로 3개월 만에 갈아치운 장관 등 주먹구구식 인사는 물론이고 이종섭 주호주 대사 임명 등 총선에 악영향을 미친 실정과 실기를 들자면 끝이 없다. 관권 시비에 지방순회 민생토론을 중지하라는 여론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미 거대 야당이 입법권을 장악한 국회 지형에서 대통령은 피고인이라는 이유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 한 번 하지 않았다. 그러니 민주당 주도의 입법과 특검 처리에 9차례 거부권 행사로 맞서는 대결 정치가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선거 결과가 나오기 무섭게 거국내각이나 연립정부 구성 같은 말들이 오르내린다. 지금 기조로는 남은 3년 ‘국정 표류’나 ‘식물 정부’가 불가피한 만큼 대통령 스스로 권한 일부를 내려놓고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만큼 전례 없는 5년 임기 내내 여소야대 정국이 부를 파장이 크다. 평소라면 큰 의미가 부여됐을 인적 쇄신조차 하책으로 전락했다. 야당은 “정국 모면용”이라 비꼬는 형편이다.
국정쇄신과 국정운영 정상화를 위한 답은 분명해 보인다. 기왕의 기조를 싹 바꾸는 일이다. 무엇보다 그간 무시해 온 야당과의 협치 틀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민주당도 영수회담을 요구하고 있다. 아쉬운 쪽은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다. 당정관계마저 이전 같지 않을 것이다. 대화정치에 먼저 나서지 않는다면 나라가 불안정해질 판이다. 기자회견 등을 통해 대통령실에 갇힌 불통과 오만한 권력 이미지를 씻는 것도 국민의 신뢰 회복에 중요하다. 환골탈태의 수습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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