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0차례 연속 동결이다. 내수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는 자영업자와 서민의 어려움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부채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한은은 이번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로, 물가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들었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위험이 계속되면서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고, 농산물 가격도 출렁인다는 것이다. 여기에 총선 이후로 미뤄 놨던 전기·가스·교통 등 공공요금 인상도 기다리고 있다.
금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기준금리가 연 5.5%(상단)로 우리보다 높은 상황에서 한은이 먼저 금리를 인하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미국 금리인하 시기를 주목해 왔는데 그제 공개된 3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3.5%를 기록, 상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아직 금리인하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다. 하반기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고민을 보여준다.
미국과 한국의 상반기 금리인하 기대감 무산으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368원까지 급등하며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환율이 계속되면 물가상승을 자극해, 고물가가 이어지고,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고금리가 유지되는 ‘3고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이 악순환이 올해 내내 계속되며 우리 민생 경제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국내 가계와 자영업자는 3고 악순환을 견뎌낼 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전 세계 최상위권이고, 자영업자 폐업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금리를 낮출 수 없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게 지금 현실이다. 정부가 적극 나서 하나씩 어려움을 풀어가야 한다. 금융 취약계층 보호 대책, 자영업자 전업 유도를 위한 직업 교육 등 사회안전망도 더욱 촘촘히 손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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