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2 In God We Trust- 1
미국의 모든 화폐와 주요 연방 건물 청사에 동판으로 새겨진 문구 ‘In God We Trust’는 1955년 미 의회가 법으로 제정하고 이듬해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서명한 미합중국 공식 표어다.
기독교인들은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로 번역하고, 비신자들은 “우리가 믿는 신의 가호 안에서”쯤으로 해석하는 저 문구는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1년 펜실베이니아 개신교 목사 마크 왓킨슨(Mark R. Watkinson)이 종교적 대의로 단결과 전의를 북돋우자며 처음 제안, 3년 뒤 연방 조폐국이 1센트와 2센트 동전에 새기면서 대중화됐다.
전후 세속주의가 확산되면서 저 문구는 이내 덤덤해졌고, 1907년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대통령 명령으로 화폐에서 아예 삭제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던 그는 돈에 ‘하나님’을 담는 것을 불경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그의 조치에 따른 이렇다 할 반발도 없었다.
저 문구는 냉전 시대에 부활했다. 민주당이 지금 같지 않던 1955년 찰스 베넷(Charles E. Bennett) 민주당 하원의원(플로리다)이 “공산주의가 자유를 공격하고 파괴하려는 작금에, 우리는 자유의 기초를 강화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모든 화폐에 저 문구를 넣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H.R619)을 발의했고, 그해 7월 상하원 의회가 초당적으로 통과시켰다.
프린스턴대 역사학자 케빈 크루즈(Kevin Kruse)는 전후 보수 자유주의의 영향도 상당했다고 판단한다. 1930년대 이후 뉴딜 복지와 정부 확대 추세에 반감을 지닌 보수주의자 기업인과 정치인 종교인들이 연대해 신앙과 자유, 기업 자유를 이데올로기화한 시기가 50년대였다는 것이다.
경위야 어떻든 2003년 갤럽이 CNN 등과 함께 벌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0%는 화폐의 저 문구를 지지했고 2019년 미국 대학 여론조사 단체 ‘칼리지 펄스(College Pulse)’의 설문조사에서도 53%가 저 문구를 지지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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