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참패 이후 후임 비서실장 인사에 뜸 들이고 있다. 당초 14일 발표가 유력했지만 하루 이틀 미뤘다. 거론된 후보군에 대한 여론의 반향을 좀 더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결사반대할 경우 마냥 고집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단순히 대통령 고위 참모를 뽑는 게 아니라 매우 중요한 자리가 됐다”며 “물색하고 또 검증하는 데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관섭 비서실장은 총선 다음 날인 11일 사의를 표명해 수리됐다.
윤 대통령이 장고에 들어간 이유는 이전과 달리 비서실장 인사에 담긴 메시지가 엄중해진 탓이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비서실장 인선은 여당과 대통령실 내부를 향한 카드에 불과했다. 초대 비서실장인 김대기 전 실장의 경우 경제 중심, 공무원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과 갈등이 불거졌지만 윤 대통령은 김 전 비서실장의 손을 들어주며 '용산'을 중심으로 여권의 질서를 잡았다. 이어 이 비서실장도 경제 정책의 관리자 역할로 등용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쇄신’의 진정성이 온전히 담겨야 하는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총리는 물론이고 최측근 비서실장 또한 ‘내 사람’보다는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지 않고 할 말을 하는 정치인을 내세워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상에 문제가 있거나 야당의 거센 공세에 맞설 수 없는 경우 총선 이후 추락한 민심이 더 악화할 수도 있다. 특히 협치가 절실한 야권의 반응을 면밀히 살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마이웨이'를 고집했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비서실장 후보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장제원 의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언론에 거론되자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이런 식의 인사가 단행된다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에 대한 ‘돌려막기 인사’ ‘측근 인사’ ‘보은인사’”라며 “총선 결과를 무시하고 국민을 이기려는 불통의 폭주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곧장 반발했다. 이에 당초 후보군에 속하던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정진석 의원 등에 관심이 더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민주당 눈치를 본다고까지 말할 순 없지만 현재 언론에서 거론된 비서실장·총리 후보군들에 대한 여론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언론에 이름이 오른 뒤 여론이 좋지 않았던 몇몇은 이미 리스트에서 제외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총선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발표할지를 놓고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1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데 △이때 비서실장 발표와 함께 쇄신 메시지를 내거나 △별도의 대국민담화에 나서거나 △언론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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