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지난해 말 '산재보험 특정감사' 실시
113억 부정수급 적발했지만 예년보다 양호
노동계 "카르텔 몰이에 정당한 노동자 피해"
고용부 "요양 적정성 점검해 일부 종결한 것"
정부가 '산업재해 카르텔 근절'을 내세우며 지난해 연말 산재보험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한 이후 산재 피해 노동자 셋 중 한 명은 재요양 승인 지연 등 부당한 산재 판정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이롱 환자' 잡겠다는 취지였지만 무고한 산재 환자까지 유탄을 맞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산재 노동자 단체 8개(산재 노동자 119명)를 대상으로 진행한 '산재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현황 및 실태조사'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실태조사 중 '고용노동부 특정감사 이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부적절하거나 부당한 산재 판정·결정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36.1%가 "그렇다"고 답했다. 특정감사가 공단의 산재 판정이나 요양·치료 같은 산재 보상 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71.4%가 동의했다.
부당한 경험 사례로는 갑작스러운 산재 요양 종결(39.0%)을 가장 많이 꼽았다. △기존과 달리 재요양 승인 지연(19.5%) △재요양 연장 승인 문턱이 높아짐(19.5%) △보수적인 산재 판정(12.2%)이 뒤를 이었다. 갑자기 산재 요양 종결이 됐다는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산재 발생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10명 중 4명은 산재로 인해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상태라고 답했다.
고용부는 지난해 11월 느슨한 산재 승인과 요양 관리로 인해 '산재 카르텔' 문제가 발생했다며 역대 최대 규모인 15명을 투입해 두 달간 특정감사를 벌였다. "조 단위 혈세가 줄줄 새는 정황을 포착했다"는 대통령실 판단도 감사에 힘을 실었다. 감사 결과 486건에 113억2,500만 원 규모 부정수급이 적발됐다.
노동계는 부정수급 근절 필요성과 별개로 특정감사 결과가 예년 부정수급 적발액(2018년 452억 원, 2019년 380억 원, 2020년 436억 원, 2021년 215억 원, 2022년 208억 원)보다 적은데도 정부가 과도한 '카르텔 몰이'를 벌였다고 반발했다. 금속노조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적발 사례 486건은 2023년 승인된 산재 14만4,000여 건의 0.3%에 불과한데, 극히 일부 사례를 침소봉대해 실체를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고용부가 산재 노동자들을 명확한 근거 없이 '카르텔 집단'으로 특정하고, 장기요양 환자들을 나이롱 환자로 강제 분류해 실시한 특정감사 탓에 정당하게 산재로 인정받은 노동자들까지 피해를 봤음이 드러났다"며 "산재 노동자 대부분이 산재 발생 후 경제적 고통이 상당한 만큼 산재보험 선보장 제도를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고용부는 "감사와 관계없이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재해 근로자에 대해서는 산재 승인과 요양 등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됐다"며 "(치료 종결 결정은) 의학 자문을 통해 요양 적정성을 점검하여 일부 장기 요양환자에 대해 연장하지 않은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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