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세월호 기억공간서 추모
"꽃이 흐드러지고 기온이 올라간다고 느낄 때쯤이면 어김없이 4월에 들어서고, 그렇게 열 번의 봄을 맞이해 10년이 됐습니다."
마이크를 잡은 이혜림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을 지키는 이씨는 "기억의 힘을 믿고 싶다"며 "기억하고 견디는 모두와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겠다"고 전했다.
4월 16일 오후 4시 16분. 세월호 기억공간에 시민들이 모였다. 10년 전 이날, 참사로 숨진 세월호 탑승객 304명을 기리기 위해서다. 참사 10주기를 맞아 열린 '세월호 기억공간 시민 기억식'에선, 150여 명의 시민들이 두 손을 꼭 쥔 채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시민들은 이어지는 발언들에 귀를 기울이며 참사를 되새겼다.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많았다.
추모 발언에는 4·16연대 활동가, 시민, 서울시의원 등이 나섰다. 전남 영광군 성지송학중학교 재학생 이헌중(14)군은 "안타까운 사고로 돌아가신 형과 누나들을 떠올리면 뭉클하다"며 "20주기, 30주기, 50주기가 돼서도 이날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수빈 서울시의원도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들이 구했던 5세 아이가 이젠 비슷한 나이로 자랐다"며 "10년의 기간이 오늘날의 우리를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을 이었다.
단원고 학생들과 선생님, 일반인 희생자 등 200여 명의 사진이 있는 기억공간 안에 들어선 추모객들은 국화꽃 한송이를 내려놓고 묵념하며 애도를 표했다. 초콜릿과 과자, 꽃 등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물건들을 놓고 가기도 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행사를 찾았다는 대학생 전시은씨(19)는 "10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참사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아쉽다"며 "정부 차원의 대응이 미흡한 것 같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본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도 각자 시간을 내 기억공간을 찾았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짬을 냈다는 직장인 고태영(58)씨는 "4월이면 늘 생각이 난다"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서울 중구에서 회사를 다니는 유정호(52)씨는 "오늘 날씨가 너무 좋은데 이런 날 아이들이 너무 빨리 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단원고가 있는 경기 안산에서도 이날 오후 3시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세월호 유가족, 10·29 이태원 참사 유족들을 비롯한 5,000여 명의 추모객들이 참석한 기억식에선 추도사와 기억영상 상영, 기억공연 등이 이어졌다. 김선우 4·16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기억식으로 지난 10년간 피해자와 시민들이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걸어왔던 길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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