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 비대위 가능성에 "할 상황 아니다"
대구 출신 윤재옥 원내대표, 비대위원장 겸임 가능성
당선자 총회도 절박함 안 보이고 자기소개만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하는 모양새다. 16일 당선자 총회에서 이르면 6월 전당대회 개최를 위한 '실무형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총의를 모으면서다. 패배에 따른 내부 혼란 수습이 우선이라는 게 명분이지만, 정부·여당에 실망한 민심 회복과 거리가 먼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영남 의원들 중심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패배의 교훈을 이식할 타이밍까지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22대 당선자 총회를 열고 윤재옥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실무형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총회 직후 윤 원내대표는 "당을 빠른 시간 안에 수습해서 지도체제가 빨리 출범할 수 있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한 실무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당 쇄신과 개혁 방안 모색 차원에서 제안됐던 '혁신형 비대위'에 대해서는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합당만 속도를 냈다.
새 비대위원장은 윤 원내대표 겸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날 회의에서도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는 방식으로 조속히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석열계' 권성동 의원은 회의 직후 "(비대위원장을) 윤 원내대표가 하든 차기 원내대표가 하든 그야말로 '실무형'이기 때문에 누가 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도 "(비대위원장 하라는) 그런 의견이 있었지만 결론을 내리진 않았다. 조금 더 의견을 수렴해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당내에서는 당이 반성과 변화를 요구한 민심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 지도체제 출범에 앞서 '혁신형 비대위'를 통해 당 체질 개선을 꾀하기보다 안정에 방점을 찍으면서 '현상유지'에만 급급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새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윤 원내대표 역시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기존 지도부 일원인 데다, 당선자 다수를 차지하는 영남권(대구 달서을) 출신이라는 점이 이런 우려를 더 키운다.
인천 동미추홀을에서 당선된 윤상현 의원이 이날 회의 직후 "총선 참패를 반성하는 '혁신형 비대위'를 당장 꾸려야 한다. 패배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할 건지 내부 자성과 국민께 어떻게 다가갈 건지 논의해야 한다"며 "(비대위원장도) 새 얼굴이 돼야 한다"고 말했지만 울림이 크지 않다.
실제 이날 회의 분위기도 '절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전 10시부터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총회의 상당시간은 새 당선자들 자기소개에 할애됐다. 이후 자유토론에서 안철수 송석준 조정훈 신동욱 등 수도권 당선자 4명을 포함한 8명이 발언했지만, 당 혁신과 성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낙선자들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안철수 의원), "총선 백서는 꼭 만들어야 한다"(조정훈 의원) 정도에 머물렀을 뿐이다. 이번 선거 패인이자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수직적 당정관계 해소와 '영남권 정당' 이미지 탈피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총선 참패 후 첫 대국민 메시지를 두고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은 정희용 수석대변인 명의의 공식 논평에서 "국정의 우선순위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오직 '민생'이라는 제1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었다. 국민의힘을 향해 보여주신 국민의 따끔한 질책, 더 변해야 한다는 엄한 꾸짖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자는 총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것은 긍정적이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야당 협치 등 전향적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본보 통화에서 "사과부터 했었어야 한다"며 "민생 외에 정치적 현안들이 많고, 대야 관계 등 국정 운영 방안 등 궁금한 부분이 많은데 일부분만 짚고 넘어가 국민들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