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인도적 위기·공습 여전한데
이란·이스라엘에 쏠린 국제사회 관심
"이란 공격, 네타냐후에겐 신의 선물"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한편에서는 주목받지도 못하고 고통만 쌓여가는 곳이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여전히 전쟁 중인 가자지구가 그곳이다. 가자지구 곳곳에선 6개월째 포성이 끊이지 않고, 이스라엘은 여전히 인도적 지원을 방해하고 있다.
"한순간에 이스라엘이 피해자 됐다"
영국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에 대응할 계획을 세우는 동안 가자지구는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상황을 비판해 오던 미국 등 동맹국의 시선이 일제히 이란 공격에 쏠려 가자지구가 외면당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식은 가자지구에는 절망감이 감돈다. 다섯 자녀와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텐트 생활을 하고 있는 바시르 알얀(52)은 식량 부족에 시달린 반년 사이 체중이 20㎏ 줄었다. 그는 "여러 국가와 사람들은 우리를 연민했지만, 이제 그 연민은 이스라엘로 옮겨 갔다"며 "이스라엘은 하루아침에 새 피해자가 됐다"고 가디언에 토로했다.
열악한 가자지구 상황 속에서도 이스라엘은 구호품 호송을 여전히 가로막고 있다. 안드레아 데 도메니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사무총장은 이날 "4월 6~12일 중 (유엔 호송대) 41%는 이스라엘 검문소에서 (가자지구) 진입을 거부당했다"고 비판했다.
끊임없는 사별… 눈물 마를 날 없는 가자지구
더 고통스러운 것은 끊임없는 죽음이다. 팔레스타인인 알마스리는 "이스라엘이 '아무도 죽이지 않은' 이란 공격을 받은 동안, 우리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이스라엘로부터 잔인한 공격을 받았다"며 "이곳의 상황은 어떻게 말해도 비극적"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미국 CNN방송은 이날 이스라엘이 가자 중부 마가지 난민 캠프를 공격해 어린이 7명 포함 13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사상자들이 옮겨진 알아크사 병원에서 한 남성은 "당신들(이스라엘군)은 군대나 군인이 아닌 거리에서 평화롭게 놀던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며 울부짖었다.
이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역에서 난민 캠프의 놀이터, 시장 등을 공격해 오늘만 최소 4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란 공격은 "구명줄"… 네타냐후 웃고 있나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란의 공습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신의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그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민간인 죽음, 인도적 위기 심화 등으로 서방의 비판을 받아 왔지만, 이란의 공격 이후 기류가 달라졌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이스라엘과의 동맹을 과시하며 이란을 압박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은 네타냐후 총리에겐 '구명줄'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가자지구의 비극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호소도 이어지고 있다. 텍사스대 오스틴에서 집단학살을 연구하는 앨런 쿠퍼만 교수는 이날 가디언 칼럼에서 "가자지구의 민간인 사망률은 미국이 '집단학살'로 규정했던 다른 사건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000여 명을 살해한 '미얀마 군부 로힝야족 탄압'을 2022년 집단학살로 규정했지만, 이스라엘의 민간인 살상 비율은 이보다 더 높다고 쿠퍼만 교수는 짚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은 3만3,800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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