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44회 장애인의 날]
특수 학생 느는데, 교사 부족 눈앞
획일적 교사 배치... 교육 질 떨어져
보조인력 전문성 결여도 해결 과제
"제가 학교에 안 가니, 아이들도 등교를 못 했어요."
수화기 너머 4년 차 특수교사 A씨의 목소리에선 근심이 가득 묻어났다. 그는 지난해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사흘 동안 출근하지 못했다. A씨 말고 중증장애 학생들을 돌볼 교사는 아무도 없었다. 다른 특수교사 2명도 이미 정원을 초과한 7명을 지도하고 있어, 학생들은 선생님이 병가를 낸 3일간 등교를 포기해야 했다. A씨는 19일 "내가 아프거나 예비군을 가야 하는 등 돌발 상황이 터지면 학생들은 교육권을 침해당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갈수록 낮아지는 출생률과 함께 학령인구도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반면 특수교육 대상자는 해마다 늘어난다. 원인은 둘째 치고, 이들을 가르쳐야 할 특수교육 인력이 증가 폭을 따라잡지 못하는 게 문제다. 인력 확충과 적절한 인원 배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안 그래도 사회적 돌봄이 절실한 특수아동 교육은 갈수록 퇴행할 수밖에 없다.
특수교사 머릿수는 채웠지만...
특수 교원 및 지원인력 규모는 법정 기준을 간신히 맞추는 수준이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특수교사 1인당 학생 수는 4.29명으로 전년 대비 0.14명 증가했다. 특수교육법 시행령은 학생 4인당 교사 1인을 배치 기준으로 두고, 교육감이 예외적으로 기준의 50%를 가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원을 보조하는 특수교육 지원인력 한 명이 맡는 학생 수 역시 2020년 10.92명에서 지난해 12명까지 늘었다.
그러나 교사만 있다고 교육이 잘되는 건 아니다. 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 교사들이 학급당 인원수에 따라 배분돼 학생의 장애 정도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중증장애를 앓는 학생이 많은 학급엔 교사도 집중 배치해야 하는데, 머릿수만 기준으로 삼는다는 얘기다. 수도권에서 근무 중인 특수교사 B씨는 "손가락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장애가 심한 아이를 담임교사 혼자 돌보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교사 업무를 보조하는 지원인력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교육의 질을 낮추는 요인이다. 현재 특수교육실무사는 고교 졸업장만 있으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10년 차 특수교사 C씨는 "일정 시간 교육만 이수하고 채용되기도 해 관련 전공을 공부하거나 자격증이 없는 실무사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원 채우기에 급급하다 보니 아예 사회복무요원이 실무사로 일하는 학교도 있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애 정도 반영한 교사 배치 필요"
행정 난맥상으로 특수교사를 더 뽑기도 여의치 않다. 교육부도 제대로 된 특수교육 인력 확충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교사 증원 결정권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력 증원 권한이 행정안전부에 있어 매년 특수교원 및 지원인력을 늘리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절차 탓에 일부 시·도교육청은 직접 교원 충원을 시도하기도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3월부터 도내 초·중등학교의 과밀 특수학급에 담임교사 외 기간제 특수교사 1명을 추가 투입하고, 교원 자격증을 지닌 이들을 '협력 강사'로 채용해 부족한 현장 인력을 메우고 있다.
결국 전문성을 갖춘 교원 선발과 장애특성을 감안한 '맞춤식' 배치가 품질 높은 특수교육을 담보하는 관건인 셈이다. 교육부도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특수교사들과 교육부 장관의 간담회를 열어 이런 과제를 논의했다. 박재국 부산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일부 나라에선 중증장애 학생들이 모인 학급에는 교사를 2배로 배치하거나 한 학급 정원을 감축하는 방안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장애 정도가 심하고, 여러 장애를 앓는 중도·중복장애 학생들을 좀 더 보살피는 방향으로 법령이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