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스태프, 연예인 등 잇단 범죄
"내부 관계자 출입 관리는 쉽지 않아"
"채용 시 철저 검증 등 실질대책 필요"
뮤지컬 배우가 분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 대기실에서 카메라가 발견됐다. 범인을 잡고 보니 함께 출연 중인 아이돌 가수의 매니저였다. 이처럼 연예계에선 스태프나 연예회사 관계자 등 '내부자'들의 불법촬영 범죄가 끊이지 않음에도 제대로 된 재발 방지책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아이돌 가수 매니저 범행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아이돌그룹 멤버 매니저였던 A씨를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그는 강남구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내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의 배우 대기실 소파에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를 받는다.
이 카메라는 대기실을 이용하던 배우가 9일 직접 발견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A씨를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피해 배우와 함께 뮤지컬에 출연한 아이돌 가수의 매니저였는데,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하다 이후에는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돌 가수의 소속사 측은 "해당 현장 매니저를 즉각 업무에서 배제하고 해고했다"며 "해당 직원이 출입했던 공연장과 직원 숙소 및 사옥 등의 조사를 마쳤고 추가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으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경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연예계에서는 잊을 만하면 내부인들의 불법촬영 사건이 터지고 있다. 촬영장이나 연예인 대기실은 일반인의 출입이 불가능하지만 쉽게 들락날락할 수 있는 내부 관계자가 마음먹고 범죄를 저지르면 사실상 막기 어려운 구조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출입 관리를 빡빡하게 해도, 계속 드나드는 스태프들에게 보안요원이 출입 사유를 꼬치꼬치 묻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연예인 소속사 관계자 역시 "소속 직원들의 전과기록을 검토하긴 하지만 기록상 문제가 없다면 별다른 조치를 하기가 어렵다"며 "촬영이나 공연이 시작된 후 정신없는 현장을 틈타 범행을 저지른다면 막을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내부자 불법촬영
2018년 배우 신세경 등 여자 연예인들이 촬영차 덴마크 코펜하겐에 방문했을 때, 방송촬영팀 소속 직원이 두 차례 걸쳐 숙소 화장실 창문틀 앞에 보조배터리 형태의 카메라를 설치한 사건이 있었다. 이듬해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는 "직원의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책임이 무겁다"면서도 "촬영물이 유포되지 않았다" 등의 이유로 그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외에도 걸그룹 레이샤는 과거 예능방송 촬영 때 합의되지 않은 영상이 유포됐다며 불법촬영 피해를 호소한 바 있다. 레이샤 멤버 고은은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웹 예능 팀에서 소형카메라를 곳곳에 설치하고 촬영해, 악의적인 유출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19금 촬영임을 사전 고지한 바 없었고, 저런 의도의 프로그램인 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연예인이 범죄를 저지른 사례도 있었다. 개그맨 박모씨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연구동에서 피해자들을 32회 불법촬영한 혐의로 2021년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범행 장소였던 연구동 건물은 직원이 출입구를 통제하고 있어 내부 관계자 등이 제한적으로만 입장이 가능한 곳이다.
내부 교육, 채용절차 강화
연예계 불법촬영에 내부자들이 가담하는 범죄가 계속된다는 점에 심각성을 느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희귀한 연예인 영상을 얻는다는 쾌감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 관계자들은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은 만큼 이를 악용하겠다는 유혹을 느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직원 채용 시 전과기록 외에도 다면적으로 해당 인물의 성(性) 인식을 확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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