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 1,300여 개 매장에 번역기 도입
지난해 관광객 셋 중 한 명 올리브영서 화장품 사
온·오프라인 동시 강화...매출액 기준 '업계 1위'
Hi, I'm looking for some sunscreen.
18일 서울 중구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을 찾은 외국인 고객이 영어로 말을 건네자 직원은 휴대폰 절반 정도 되는 기기를 내밀었다. 그러자 금세 "안녕, 자외선 차단제를 찾고 있어"라는 문구가 화면에 떴다.
CJ올리브영이 전국 1,300여 개 매장에 휴대용 번역기를 도입했다고 이날 밝혔다. 핵심 고객으로 떠오른 외국인 관광객에게 더 나은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고 매장 직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이 번역기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몽골어 등 16개 언어를 대상으로 한 동시통역을 지원한다. 기계 속 카메라로 제품 설명 등을 외국어로 번역한 뒤 안내도 해준다.
외국인 셋 중 한 명은 '올영' 들렀다... 매출액 6.6배↑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리브영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23년 올리브영에서 외국인 고객이 사후 면세1 혜택을 받은 건수가 370만 건에 달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같은 해 한국에 온 외국인 관광객은 1,100만 명이었다. 이들 세 명 중 한 명은 올리브영에서 제품을 산 셈이다.
외국인 매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올리브영이 집계한 외국인 고객 매출은 전년 대비 6.6배 상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네 배 이상 커진 것. 지난달 18일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출전을 위해 입국한 야구 선수들의 아내 10명이 올리브영을 들러 쇼핑도 하고 인증샷을 남겨 화제가 됐다.
기세를 탄 올리브영은 온라인몰 '역(逆)직구'까지 확대하면서 K뷰티 세계화의 선봉장을 자처하고 나섰다. 2019년 문을 연 올리브영 글로벌몰은 전 세계 150여 개 나라 소비자를 대상으로 2만 개 넘는 한국 화장품을 파는데 멤버십 회원 수가 오픈 첫해 3만 명에서 4년 만에 120만 명까지 늘었다. 지난해 온라인몰 매출도 전년 대비 80% 정도, 주문 건수는 약 69% 늘었다. 고객 국적도 초기엔 북미에 집중됐지만 최근 호주·멕시코·카자흐스탄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 명가' 꺾고 그룹 내 존재감도 '쑥'
국내외,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시장 장악력을 키워 온 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액에서 화장품 업계 '투 톱'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을 제치는 이변을 일으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올리브영의 매출액은 3조8,611억 원으로,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부문 매출액(3조6,740억 원)이나 LG생활건강의 기초·색조 화장품 매출액(2조8,157억 원)보다 높았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유통사인 올리브영을 제조사 아모레퍼시픽 등과 직접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접근성·편의성을 극대화한 올리브영의 혁신적 판매 방식이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기에 그 정도 실적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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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내 존재감도 자연스레 커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올해 첫 경영 현장으로 선택한 곳이 바로 서울 용산구 CJ올리브영 본사였다. 5년 만에 계열사를 찾아간 이 회장은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사업의 초격차 역량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공략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당부했다.
- 1 사후 면세
- 외국인이 사후 면세 사업장에서 물건을 1만 5,000원어치 이상 구매했을 때 부가가치세 등 내국세를 돌려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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