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사 방치하면 지지자들 소외돼
‘기소 공포’ 윤 대통령 사과 인색”
4건의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낙선하고 실형 선고까지 받을 경우 차기 대통령은 그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한국처럼 몇 년 뒤 사면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7일(현지시간) 외교 정책 전문 싱크탱크 퀸시연구소 소속 한국 관찰자인 네이선 박 연구원에게 이미 직전 대통령 4명 중 3명이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 중 2명은 징역까지 살았던 한국으로부터 배울 만한 게 있는지 물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전에는 형사 피고인이 된 미국 대통령이 없었다.
한국이 주는 교훈은 무엇보다 사면의 불가피성이라는 게 박 연구원 주장이다. 한국에서는 여러 대통령이 기소되고 수감됐지만 감옥에서 형기를 마치지는 않았다. 몇 년 뒤 사면됐다. 박 연구원은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렇게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있다”며 법의 ‘집단 의례’ 성격을 들어 이유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대통령이 처벌될 경우 대중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자기들처럼 그도 법 위의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다. 박 연구원은 “대통령이 감옥 안에서 숨지게 놔두지 않아야 그의 지지자들이 영원히 소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사회 통합 기능이 사면에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두 달 뒤 78세가 되는 고령이다. 박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유죄가 확정된다면 형기가 최소 20년은 될 텐데 그의 나이를 감안할 때 감옥에서 사망할 공산이 크다. 누구도 그의 옥사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며 “3, 4년 뒤 건강이 나빠지면 그때가 그를 사면하고 석방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경험은 미국에 반면교사가 될 수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정치의 사법화가 심해지고 검찰 권한이 지나치게 강해졌다는 게 박 연구원 인식이다.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기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뒤 정치 스타가 됐다. 반면 공직 사회는 극도로 위축됐다는 게 박 연구원 얘기다. 기소될 게 두려운 공무원들의 소극적 태도로 정부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이 사과에 인색한 것도 같은 이유일 수 있다. 박 연구원은 “전직 대통령들에게 일어난 일이 자기에게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게 윤 대통령의 불안감”이라며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 소송처럼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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