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보다 상승폭 커
"당국 개입에 1400원이 저항선"
내주 발표 미국 GDP·물가 관건
올해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당국 경계감이 높아진 상황이라 당분간은 1,400원이 저항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9.3원 오른 1,382.2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연말(1,288원) 대비 상승률은 7.3%다. 원홧값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4월 상승률은 각각 6.3%, 7.1%로 환율 상승폭만 보면 경제위기급이다. 올해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대비 달러 가치) 상승률 4.9%보다도 원화 하락폭이 더 크다.
하지만 외환건전성 문제보다는 달러 상승에 따른 일시적 쏠림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외채무는 축소된 반면, 순대외금융자산(외국에 투자한 돈)은 증가했다"며 "외환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및 국내 기업의 해외 배당 송금 수요까지 더해지며 환율 변동성이 여타 통화 대비 큰 폭으로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매년 4월마다 반복되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기업에서 받은 배당금을 달러로 환전해 본국으로 송금하는 수요가 겹치면서 원화 절하폭이 더 커졌다는 얘기다. 원화와 가격이 동행하는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계속 약세를 보이는 것도 원화 절하가 큰 배경으로 거론된다.
앞으로 환율은 중동 사태 및 그에 따른 국제유가 향방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근 몇 년 새 유가가 상승하면 달러값이 함께 오르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다. 19일에도 환율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다는 소식에 국제유가 상승을 예상한 시장참가자들이 달러를 사들이면서 전날보다 20원 급등한 1,392.9원까지 튀었다.
저항선은 16일 기록한 연고점 1,400원이다. 국내 외환당국의 공식 구두개입에 이어, 18일 한미일 재무장관이 이례적으로 환율 공동 대응 방침을 밝힌 만큼 추가 돌파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의 환율 상승을 두고 "정부의 구두개입 의사 표명만으로도 하락 전환할 정도로 견고한 상승은 아니다"(이베스트 증권)는 평가도 있다.
당장은 우리 시간 25일, 26일 발표하는 미국 성장률과 물가 지표(개인소비지출·PCE)가 예상에 부합하는지가 관건이다. 경제 활황은 물가 수준을 높이고, 고물가는 미국 금리인하를 가로막고, 고금리는 달러값을 높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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