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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타는 냄새"... 분신 사망 생중계한 CNN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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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타는 냄새"... 분신 사망 생중계한 CNN 논란

입력
2024.04.2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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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트럼프 재판 도중 벌어져
"적나라한 보도"…재방송 금지 지침
WP는 앵커 향해 "침착한 대응" 칭찬

지난 19일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앞에서 맥스 아자렐로가 분신하자 주변 시민들이 현장에서 도망가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지난 19일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앞에서 맥스 아자렐로가 분신하자 주변 시민들이 현장에서 도망가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미국 CNN방송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판 도중 법원 앞에서 벌어진 분신 사망 사건을 적나라하게 생중계해 논란이다.

사건은 지난 19일 오후 1시 30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는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앞 콜렉트 폰드 공원에서 벌어졌다. 공원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함께 여러 취재진이 모여 있었다. CNN 뉴스 진행자 로라 코츠도 이곳에서 재판 관련 전문가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이때 맥스 아자렐로(37)라는 남성이 가방에서 팸플릿을 꺼내 던진 뒤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코츠는 인터뷰를 중단하고 바로 현장 생중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총기 난사범이 법원 밖 공원에 있다"고 전했다.

잠시 후 분신 사건임을 알아챈 코츠는 "한 남자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촬영 카메라도 현장을 비췄다. 화면에는 공원 벤치 위에서 불길에 휩싸인 남성의 모습이 그대로 나왔다.

그러자 코츠는 "우리는 지금 그의 몸 주변에 불이 여러 차례 붙는 걸 보고 있다", "이곳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저는 살이 타는 냄새와 (분신에) 사용된 어떤 물질이 타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등 약 2분간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아자렐로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튿날인 20일, 치료 도중 숨졌다.

CNN의 적나라한 보도에 시청자들 사이에선 논란이 일었다. 아자렐로의 모습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는 것을 넘어 불필요한 묘사까지 계속했다는 지적이었다. 상황 파악이 안 된 상황에서 코츠가 "총기 난사범이 있다"고 전해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도 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방송사들도 사건을 전했지만, CNN 보도가 가장 자극적이고 적나라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폭스뉴스 취재진은 분신 사건인 게 파악되자 카메라를 돌리고 진행자가 "이런 장면을 보여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후 CNN 경영진은 내부 프로듀서들에게 당시 뉴스를 재방송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한 CNN 임원은 NYT에 "해당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는 건 모방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보도 수위와 별개로 코츠가 현장에서 침착하게 대처했다고 호평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코츠를 "언론의 침착함을 보여주는 교과서적 예시"라고 칭찬했고, 마거릿 채드번 미 스펙트럼뉴스 기자는 코츠가 "생중계의 최고 수준을 보여줬다"고 했다.

코츠는 이날 밤 진행한 뉴스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며 "내 입은 본능적으로 눈앞의 상황을 설명했지만, 사실 내 눈과 코는 보고 맡은 것을 되돌리고 싶었다. 희생자와 그의 가족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한편 분신 당사자인 아자렐로가 현장에 뿌린 팸플릿엔 반(反)정부 성향 음모론, 뉴욕대(NYU)의 잘못을 고발하는 내용 등이 적혀 있었다. NYT는 "아자렐로는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듯하지만, 그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선 편집증과 음모론을 엿볼 수 있다"고 전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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