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의 기후행동]
복잡하고 어려운 기후행동 프로그램
"뭘 해야 할지…" 시민 관심 멀어져
눈높이 낮춰 쉽고 편한 행동 유도를
편집자주
한 사람의 행동은 작아 보여도 여럿이 모이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기후대응을 실천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이 4주에 한 번씩 수요일에 연재합니다.
지난 한 해 기후행동으로 받은 인센티브가 2만7,000원이나 된다. 우연히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를 확인했더니 그렇게나 쌓여있었다. 따로 기후행동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한 기억이 없어 내역을 확인해보니 제로웨이스트숍을 이용하고, 대형마트에서 전자영수증 발급으로 바꾼 것 등이 자동으로 쌓여있었다. 말 그대로 길 가다 돈 주운 기분이었다. 기후행동 프로그램이 시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는 듯싶어 더욱 반가웠다.
사실 오랫동안 수많은 기후행동 교육과 실천 프로그램이 노력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남의 기후행동을 쉽게 봤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후행동 전략의 기본 전제는 ‘우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충분한 정보와 할 일을 알려주고, 약간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더한다면 좀 어렵고 힘들어도 할 것이다’였다.
그 결과 기후변화 정보는 생소한 용어와 숫자로 가득하고, 기후행동 목록 10가지는 누구에게나 비슷해졌다. 기후행동 프로그램은 내가 몇 ㎏의 폐기물을 버리는지 입력해야만 탄소발자국을 알려주고, 내 행동을 일일이 사진 찍어 인증해야 포인트를 주는 등 어려움과 불편함을 고루 갖추게 되었다. 맙소사! 나도 내가 버리는 폐기물 무게를 알지 못하고(심지어 종량제 봉투 단위는 무게가 아닌 부피여서 따로 무게를 재야 한다), 계단 오르고 전자제품 플러그를 뽑고 텀블러를 쓸 때마다 사진 찍어 올리는 건 소수의 철두철미형 사람들만 하는 거라며 패스한다.
얼마 전 기후정치바람이라는 시민단체 연합에서 1만7,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민 3명 중 1명은 '기후변화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를 고민한다'고 했다. 요즘 시민 강연이나 캠페인 등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솔직히 정말 몰라서는 아닐 것이다. 연결 지어 생각하면 ‘기후변화가 심각한 것도 알고 걱정도 되는데 기후행동은 어려우니 덜 힘들고 덜 불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호소가 아닐까.
다행인 것은 탄소중립실천포인트 같은 기후행동 프로그램들이 쉽고 편하고, 심지어 재미있게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학생 교육과 캠페인도 일방적 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보드게임, 방탈출 등의 게임을 접목해 흥미를 높이고, 어떤 기후행동이 필요하고 실천할 수 있는지부터 아이들과 함께 정하기도 한다. 환경부가 몇년 전 발간한 '탄소중립 생활 실천 안내서'는 가정, 학교, 기업편으로 나누어 장소별 실천수칙을 제공하며, 이를 난이도와 비용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해 내 상황에 맞게 선택하게끔 하는 세심함까지 갖췄다.
기업에서도 변화가 보인다. 카카오는 이용자에게 카카오T 전기택시, 저탄소제품 선물하기, 온라인 청구서로 전환하기 등의 기후행동을 제시하고 이용자들의 활동 기록을 수집해 탄소발자국 감축 효과까지 확인할 수 있는 카본인덱스라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더 이상 시민들이 과학자들의 엄중한 경고를 듣지 않고, 수많은 교육과 캠페인을 해도 기후행동하지 않는다고 한탄해서는 안 된다. 기후행동할 시민을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 '금쪽이'로 바라볼 때 비로소 기후행동은 확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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