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박정희 기념사업 당당하게 추진"
대구시의회, 사업 지원 조례안 심사 예정
시민단체 “시가 세워야 할 건 대구 미래”
홍준표 대구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 건립 등 기념사업을 밀어붙이자 지역 시민단체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 시장은 22일 대구시의회 임시회 개회식에서 '박정희 기념사업'과 관련해 "5,000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준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은 출발이 대구였다"며 "(기념사업을) 당당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하지 않았는데 예산부터 편성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멍청하고 무식하다"라며 "매년 국회는 예산 부수법안과 예산안을 동시에 제출한다"고 반박했다. 또 "광주에 가보면 광주 저항 정신의 상징인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기념사업이 참으로 많다"고 덧붙였다.
홍 시장은 지난달 1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대구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라고 지시했다. 동대구역 광장과 대구도서관 내 공원을 각각 '박정희 광장'과 '박정희 공원'으로 명명하고 박정희 동상 건립을 주문했다.
이에 대구시는 지난 16일 시의회에 보낸 올해 첫 추가경정 예산안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기 위한 예산 14억5,000만 원을 반영했다.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26일 기념사업 지원 조례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박정희는 역사의 죄인, 기념할 인물 아냐"
지역 시민단체들이 연대한 박정희우상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같은 날 대구시의회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가 세워야 할 것은 동상이 아니라 대구의 미래"라며 "박정희는 역사의 죄인, 기념해야 할 인물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정희 동상 건립은 진실로 역사적 퇴행이며 우리는 지금 이 퇴행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동상 건립 관련 조례 의결도 되지 않았는데 동상 예산안이 편성된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구시의회에 기념사업 조례안 부결을 촉구했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홍준표 시장은 막무가내로 아무런 공론화 없이 동상을 세우겠다고 한다"며 홍 시장에게 일대일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단체는 이날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 천막을 치고 임시회가 끝나는 다음 달 2일까지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녹색정의당 대구시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박정희 우상화 사업은 홍준표 시장 독선의 결과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홍 시장 주장에 대해 "광주의 김대중 컨벤션센터는 시민 의견을 수렴해 이름을 변경한 것이며 흉상이 하나 있는 게 전부"라고 반박하며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안 입법 예고 기간에 접수된 의견 886건 모두 반대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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