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본다.
높아지는 RPS 경매 목소리
RE전기 공급가 인하 가능성
기존 발전기 보호 우선돼야
정부는 2012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 제도를 도입했다. 500㎿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공급의무자'는 발전량의 일정 비율만큼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직접 건설하거나 다른 발전사업자로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이하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관련 비용은 한전으로부터 정산받고 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용량이 2012년 8GW에서 2022년 34GW까지 약 4배 이상 증가한 것은 RPS 제도 덕분이었다. 초기 65%에 불과하던 RPS 제도 이행률은 최근 100%에 도달했다. RPS 의무비율도 높아지고 RE 전기 100% 사용을 의미하는 RE100 이행을 선언한 기업들이 늘면서 인증서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높아진 인증서의 가격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RE 발전량이 늘어나면서 누적적자 43조 원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전력의 RPS 이행 정산금 지출은 커지고 있다. 한전의 부담 증가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귀결되기에 소비자의 부담 또한 커지고 있다. 우리는 이 부담을 줄여야 할 숙제에 직면해 있다.
인증서의 가격이 높다 보니 RE 사업자들은 RE 전기가 필요한 기업과의 장기계약보다는 현물시장에 인증서 팔기를 선호한다. RE100 이행기업들은 장기계약을 체결해 RE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다. 따라서 RPS 제도 개편을 통해 RE 전기를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공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RPS 제도를 경매제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PS 제도 도입 시 벤치마크 대상이었던 영국 및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일본 및 대만 등도 이미 경매제로 전환했다. 경매제로 전환되면 경쟁을 통해 RE 가격이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곧 제주에서 RE 경매제를 시범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우리는 RPS 제도의 적용을 받던 연료전지 발전에 대해 작년 세계 최초로 경매시장을 개설했다. 그랬더니 가격이 약 12% 하락했다. 게다가 낙찰받은 사업자들은 20년 동안 전기를 공급할 수 있기에 수입 구조가 안정적이다. 따라서 RE 경매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다음 사항에 주의해야 한다.
첫째, RE 경매제가 도입되더라도 기존 RPS 제도에 따라 설치된 RE 발전기의 전기공급계약은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장기계약이 아닌 형태로 전기를 공급하거나 인증서를 현물시장에 판매하는 RE 발전기의 경우에는 별도 장기계약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은 강제화하고, 그 이하는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
둘째, RPS 의무 이행을 위해 공급의무자가 직접 RE 발전기를 설치한 경우, RE 경매제가 도입되더라도 발전기 수명이 끝날 때까지는 인증서를 계속 발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공급의무자는 기존의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으며, 산업체들은 RE100 이행에 필요한 인증서를 충분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셋째, 대략 전체의 4분의 1에 달하는 자체 RE 발전기를 갖춘 공급의무자는 전원별 RE 발전비용을 산정해 정산받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현재는 자체 RE 발전비용과 현물시장의 인증서 가격을 가중평균해 정산받고 있는데, RE 경매제가 도입되면 현물시장의 인증서 가격이 사라져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RPS 제도 도입 시 한전과 같은 전력판매 사업자에게 의무를 부과했지만 우리나라는 독특하게 발전사에 부과했다. 따라서 RPS 제도의 변경 시, 기존 제도를 충실하게 이행하기 위해 초기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발전사들이 최소한 손해를 보지 않게 하는 보호장치들이 꼭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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