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공전에도 등재된 홍국(紅?)
적정량 섭취 시 콜레스테롤 농도 낮추는 기능
국내서도 건강기능식품, 식품첨가물 등 활용
편집자주
즐겁게 먹고 건강한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그만큼 음식과 약품은 삶과 뗄 수 없지만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도 많습니다. 소소하지만 알아야 할 식약 정보, 여기서 확인하세요.
일본에서 5명이 숨지고 200명 넘게 입원하게 만든 고바야시제약의 붉은누룩 건강보조제가 국제적인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대만에서도 같은 제품을 먹은 이들의 피해 신고가 속출했고, 해당 제품이 정식 수입되지 않은 우리나라는 계속 반입을 차단하기 위해 통관을 강화했습니다.
아직까지 일본에서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국내에서도 붉은누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사실 붉은누룩은 우리 곁에 홍국(紅麹)이란 이름으로 이미 존재해 왔습니다. 건강을 위해 섭취한 역사가 오래됐고, 홍국이 들어간 건강기능식품도 수십 종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게맛살 등에도 붉은색을 내는 식품첨가물 홍국적색소가 들어갑니다. 고바야시제약이 생산한 제품 자체의 문제이지 다른 홍국에까지 불안감을 덧칠할 필요는 없는 것이죠.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 되는 홍국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홍국은 건강기능식품 공전(公典)(식약처 고시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도 포함된 식품 원료 중 하나입니다. 원재료는 쌀과 붉은색을 띠는 누룩인 홍국균입니다. 쌀에 홍국균을 넣어 고체 발효(수분 없이 미생물 성장)한 뒤 분말로 만든 게 홍국입니다. 색깔은 이름처럼 진분홍색이죠. 공전에 등재된 게 2005년 5월이니 건강기능식품 원료로서 홍국 역할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공전상의 정의는 분말이지만 시중에서는 가루가 되기 전의 붉은색 쌀 형태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기능성 쌀은 홍국쌀로 불립니다. 일상에서는 콜레스테롤을 낮추기 위해 주로 홍국쌀을 백미와 섞어 밥을 지어 먹습니다. 홍국 섭취는 근래에 생긴 게 아니라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있습니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에 따르면 홍국의 시작은 중국 당나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명나라 때 이시진이 펴낸 약학서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홍국이 소화불량과 설사에 좋고 혈액순환을 촉진한다고 기술돼 있습니다. 한 원장은 "한의학에서 홍국은 약재로도 많이 처방된다"며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 홍국쌀에 대한 내용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는 조선시대 중기나 그 이전부터 먹었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홍국 효능의 핵심 '모나콜린-K'...임산부, 간 질환자 등은 피해야
홍국이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는 것은 홍국균에서 생성되는 모나콜린-K(Monacolin-K) 때문입니다. 이 성분이 체내에서 콜레스테롤 생합성을 억제합니다.
건강기능식품 공전은 홍국의 고유색, 향미와 함께 모나콜린-K 함량을 홍국 g당 0.5㎎으로 규정했습니다. 모나콜린-K는 구조적으로 활성형과 비활성형으로 구분되는데, 활성형이어야 기능성 성분으로 인정받습니다.
다만 모든 식품이나 약이 그렇듯 모나콜린-K도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닙니다. 어린이와 임산부, 간 질환이 있거나 고지혈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섭취를 피해야 합니다. 근육통이나 소화불량, 피부 알레르기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제조사는 모나콜린-K 일일섭취량인 4~8㎎을 엄수해 홍국 제품을 생산해야 하고, 시트리닌 함유량도 kg당 0.05㎎ 이하로 유지해야 합니다. 시트리닌은 홍국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독성 물질로 신장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고바야시제약 붉은누룩 제품 사고 원인으로 초기에 시트리닌이 지목됐는데, 외신은 푸른곰팡이에서 유래한 '푸베룰린산(puberulic acid)'이 검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와야 명확하겠지만 현재까지는 해당 제조사 공정상의 문제가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홍국으로 문제 생긴 적 없어"
일본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자 식약처는 고바야시제약의 붉은누룩 제품 5종 수입을 금지했고, 관세청은 해외 직구를 통한 반입까지 차단했습니다. 위험성이 널리 알려진 만큼 일부러 고바야시제약 제품을 찾아 먹을 사람도 없을 겁니다.
식품 안전 정보를 제공하는 식약처 웹사이트 '식품안전나라'에는 지난 19일 기준 국내에서 만든 홍국 건강기능식품 41개가 등록돼 있습니다. 캡슐과 분말 등 형태가 다양한데,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들은 인증을 거쳤습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금까지 접수한 소비자 신고 등을 모두 확인했지만 지금까지 홍국 관련 신고는 한 건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고바야시제약의 제품이 아니라면 홍국 자체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고 제대로 섭취하면 괜찮다는 뜻입니다. 한 원장도 "집에서 기준 없이 직접 만든 홍국쌀을 섭취량을 초과할 정도로 먹지 않는 이상 문제가 없다"며 "식약처 인증 건강기능식품이나 품질관리기준을 준수하는 한약재 홍국은 안심해도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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