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상저하고’ 전망이 엇나가면서 부가세 등 다른 세수 전망도 어둡다. 그런데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13조 원이 소요된다는 ‘전 국민 25만 원 민생지원금’을 밀어붙이고, 정부∙여당은 감세 기조를 이어갈 태세다.
법인세는 소득세, 부가세와 함께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3대 세목이다. 전체 국세 수입의 20%가량을 차지한다. 작년에 56조 원의 역대 최대 세수 펑크가 발생한 것도 25조 원이나 덜 걷힌 법인세가 주범이었다. 올해는 작년보다도 2조 원 이상 덜 걷힐 것으로 예산을 짰음에도 그에 한참 못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법인세 납부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법인세 납부액은 0원이다. 반도체 불황에 따른 작년 대규모 적자 탓이다. 다른 기업이라고 사정이 낫지 않다. 코스피 상장기업 705곳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5%나 급감했다.
법인세만이 아니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부가세에 빨간불이 켜졌고, 기업들이 성과급을 줄인 탓에 소득세도 전년 대비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6월까지 인하 조치가 연장된 유류세 역시 당초 예상보다 덜 걷힐 수밖에 없다. 올해도 큰 폭의 세수 펑크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나라 살림이 이 모양인데 야당은 돈을 퍼주겠다 벼르고, 정부는 세금 깎아줄 궁리만 한다. 명분은 둘 다 경기 부양이라지만, 효과는 없이 재정만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민생지원금은 돈을 흩뿌리면서 가뜩이나 치솟은 물가만 자극할 소지가 다분하다. 사회적 재난 상황도 아닌데 왜 부자들에게까지 현금을 살포해야 하는가.
민생토론회로 지출 청구서를 잔뜩 쌓아놓은 데 이어 감세로 세입을 더 줄이겠다는 정부∙여당도 할 말 없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여전히 접지 않고 있는 감세 정책이 한둘이 아니다. 이러면서 건전재정을 말한다.
정말 국가 경제, 나라 곳간을 생각한다면 여∙야∙정 모두 한발씩 물러서야 한다. 지금은 덜 걷어 막 쓸 때가 아니고, 최대한 걷어 효율적으로 써야 할 때다. 이번 영수회담에서 그 절충점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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