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의제 '25만 원 지원금'
재정당국, 3가지 이유로 반대
①'경기 침체'에 해당 안 돼
②물가 안정 기조와 배치
③선별 지원이 효과적
“도대체 왜 하겠다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지급할 요건도, 경제 상황도 안 맞고 효과도 없을 텐데···.”
(기획재정부 관계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 공약으로 내건 '전 국민 민생지원금 25만 원'이 영수회담 테이블에 오르자 재정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해 전 국민 지원금을 줘야 한다는 입장인데,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이후 추경을 하지 않고 있다. 영수회담에서 정해지면 따를 수밖에 없어,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기획재정부의 속앓이는 계속될 전망이다.
추경 요건에 맞지 않는다?
23일 관가에 따르면, 기재부는 영수회담에 오를 '전 국민 25만 원 지급' 안건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민주당이 추산한 예산만 약 13조~15조 원으로, 이를 위해 최소 10조 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기재부는 국가재정법상 추경을 편성할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거나 △경기 침체·대량 실업·남북관계 변화·경제 협력 등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추경을 할 수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현재가 '경기 침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통상 경기 침체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일 경우를 뜻한다. 지난해 3,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6%였고, 한 해 평균은 1.4%였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2.1%로 전망했다. 기재부와 한은 수장은 "추경은 경기 침체가 올 경우에 하는 것이 일반적"(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추경 요구는 근시안적 시각. 재정을 쓰더라도 정말 아껴서 타깃으로 써야 한다"(이창용 한은 총재) 등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냈다.
경제 상황과 맞지 않아... 역효과 우려
좀처럼 잡히지 않는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도 추경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조 원에 달하는 돈이 풀려 '내수 활성화' 취지와 다르게 물가 상승을 더욱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현재 경제 상황에서 추경 필요성은 크지 않다"며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풀릴 막대한 돈은 기존의 긴축정책 효과마저 반감시켜 물가불안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정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 나랏빚인 국가채무는 지난해 1,126조7,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4%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50%대를 돌파했다.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국고채 규모는 사상 처음 1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전 국민 25만 원' 민생지원금을 위해 적자 국채를 추가로 발행한다면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추경에 찬성하는 전문가조차 '전 국민 민생지원금'이 아닌 취약 계층에 폭넓게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봤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처한 상황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추경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얇고 넓게 주는 방식은 정책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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