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정맥에는 판막이 60여 개가 있다. 판막(valve)은 다리로 내려온 혈액이 역류하지 않고 심장으로 다시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다리 정맥에 있는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혈액 역류를 막지 못해 피가 다리에 몰려 혈관이 팽창하면서 혈액순환에 문제가 발생한다. 정확한 질환명은 ‘만성 정맥 질환(만성 정맥부전)’이지만 ‘하지정맥류(下肢靜脈瘤·varicose vein)’로 통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다리의 무거움, 피곤함, 부기, 가려움, 쥐남, 욱신거림, 작열감, 오래 서 있을 때 발생하는 통증 등이다. 하지정맥류 원인인 정맥 부전을 방치하면, 부종·색소 침착·피부 궤양 등을 일으키기에 방치하면 안 된다. 정맥 부전 위험 인자로는 여성, 비만, 가족력, 고령, 임신, 장시간 서 있는 직업이나 생활 습관 등이다.
하지정맥류 환자는 2020년 21만여 명이었는데 여성 환자가 14만5,000여 명(69%)이었다(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상아 순천향대 부천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2020년 하지정맥류로 진료받은 여성 환자가 14만5,000여 명으로, 50%가 넘는데, 특히 50대가 가장 많이 받는 연령대”라고 했다.
하지정맥류로 의심되면 진찰과 문진으로 진단할 수 있다. 주로 서 있을 때 증상이 두드러지므로, 진찰은 서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맥 부전 원인의 하나인 정맥 역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검사를 시행한다. 초음파검사는 역류가 발생하는 정확한 혈관 위치를 파악하고, 환자의 이전 치료 경험을 확인하며, 심부(深部) 정맥 혈전증 유무를 확인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 검사는 일어선 상태에서 다리를 쥐어짜는 방식으로 역류를 유발하거나, 심호흡 후 입과 코를 막고 배에 힘을 주어 숨을 내뱉는 동작인 ‘발살바 수기’를 통해 역류를 확인한다.
피부 아래 위치한 얕은 정맥인 표재(表在) 정맥 역류가 0.5초 이상 혹은 심부 정맥 역류가 1초 이상 지속되면 정맥 역류가 유의미하다고 판단한다.
이상아 교수는 “다리에 통증, 궤양, 색소 침착 등 소견이 있다면 류마티스 질환이나 동맥 질환, 신경학적 문제 등에 의한 것은 아닌지 감별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초음파검사에서 표재 정맥 역류가 확인되고, 다리 불편감 등의 증상이 심하고 하지정맥류, 색소 침착, 궤양 등의 소견이 있으면 수술적 치료가 권고된다.
역류가 생기는 복재 정맥(伏在靜脈·saphena)을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법으로는 고주파 절제술이 가장 널리 사용된다.
이 밖에 접착제를 혈관 내 주입해 복재 정맥을 폐쇄하는 시술이나 복재 정맥을 제거하는 복재 정맥 발거술 등이 있다. 역류가 있는 복재 정맥을 제거해 정맥 부전을 해결하는 치료와 함께 구불구불한 하지정맥류를 작은 절개로 제거하거나 혈관을 굳게 하는 치료(경화 요법)가 함께 이루어진다.
이상아 교수는 “하지정맥류를 치료하려면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다면 비수술적 방법으로도 관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비수술 치료로는 생활 습관 개선, 약물 치료, 압박 요법 등이 있다.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자세를 피하고, 압박 스타킹을 착용해 정맥 순환을 개선하면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
스타킹 길이가 증상 개선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으므로, 무릎 아래 길이의 스타킹이 착용 용이성과 피부 과민 반응이 적어 권장된다. 혈액순환 개선제 복용도 증상 개선과 부기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상아 교수는 “접착제 폐색술 등 일부 시술 후에는 압박 치료가 필요 없을 수 있으나, 대부분 수술 후에는 일정 기간 압박 스타킹 착용이 권장되는데 수술에 따라 착용 여부와 기간이 달라진다”며 “압박 스타킹은 수면 시를 제외하고 걷고 생활하는 동안은 지속적으로 착용하는 것이 권고되며, 6개월마다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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