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참패했는지 종합적인 분석과 냉철한 반성이 필요하다"
"영남이든 수도권이든 다 같은 국민" 영남 편중론 반박
"앞으로 국회에서 저출생 극복에 노력할 것"
4·10 총선에서 '보수의 심장'인 경북 구미을에서 당선된 강명구(47) 국민의힘 당선자는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낸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참모 출신이다. 총선 출마를 위해 떠나려는 그를 윤 대통령이 직접 만류했을 정도로 대선 기간부터 총애를 받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리더십과 당내 영남 편중이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강 당선자는 22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국민께 회초리를 맞았다"며 "왜 참패했는지 종합적인 분석과 냉철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여당에 108석을 준 국민들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드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정인 책임론으로 분열하기보다는 단결이 필요한 때라는 취지다. 패인으로 영남 편중을 지목하는 주장에는 "잘못된 진단"이라고 일축했다. 여당의 험지로 꼽히는 서울 영등포갑에서 2019년 원외 당협위원장을 지냈던 강 당선자는 수도권 민심도 잘 안다고 자신했다. "영남이든 수도권이든 다 같은 국민이다. 정치인이 정성과 진심을 다해 악착같이 노력하면 사랑받게 되어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했다.
"국민들께서 드신 회초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는 맞았다고 생각하지만 태도와 소통 방식에 있어서 국민들의 개선 요구가 있었다. 윤 대통령도 쇄신의 의미로 정진석 비서실장을 임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총선 패배 책임을 두고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지금은 승자(더불어민주당)의 시간이다. 패자는 말이 없어야 한다. 패자가 ‘누가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순간 국민들은 ‘참패하고도 남 탓한다’고 여길 것이다. 남 탓은 집권 여당에 걸맞은 태도가 아니다."
-당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우선 왜 참패했는지 냉정하고 종합적인 분석을 해야 한다. 구조의 문제인지, 사람의 문제인지 아니면 정말 경제가 너무 어려워서 국민들의 마음이 돌아선 것인지. 찾아보면 1,000가지도 넘는 패배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중에서 제일 중요한 100가지, 10가지 이유를 추린 총선 백서가 나와야 한다. 그것을 토대로 처절한 반성의 자세를 보이고 쇄신해야 한다."
-수직적 당정 관계를 패인으로 꼽는 목소리도 있는데.
"이번 총선은 윤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였다. 당이 국정 기조를 잘 뒷받침하고 홍보를 더 잘해서 국민들과 소통하는 데 좀 더 집중했더라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심판을 받았기 때문에 국정 기조나 방향 설정은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국정 기조를 당이 잘 뒷받침해야 하고 나부터 앞장서겠다."
-당정 관계가 더 끈끈해져야 한다는 말인가.
"윤 정부는 아직 3년이나 남았다. 해야 할 일이 많다. 국민의힘에 108석을 준 국민과 지지자들도 있다. 그분들께 '단결'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드려야 한다. 우리가 선거에서 졌다고 누가 잘했느니 못했느니 따질 때가 아니다. 다시 한번 뭉쳐보자, 다시 한번 이 정권을 일 잘할 수 있는 정권으로 만들어보자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초선들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 책임론도 부인할 수 없다.
"윤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등을 바로 잡는 대한민국 정상화와 함께 미래 세대를 위한 노동·교육·연금 개혁 등이 주요 국정 과제이다. (이해 당사자들에게) 욕먹을 수밖에 없는 과제이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꼭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욕은 내가 먹을 테니 우리는 일하자, 나는 절대 쇼를 안 하겠다'는 소신을 참모들에게 자주 강조했다. 참모들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기획안을 만들어 올리기도 했지만 윤 대통령은 쇼에 연연하지 않았다. 국민들도 점차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는다."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이제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는데.
"행정부와 대통령실은 원래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곳이다. 국정 과제를 보다 잘 달성하기 위해 접근 방식을 바꾸겠다는 진전의 의미로 봐야 한다."
-당이 영남권에 편중돼 수도권 민심을 읽지 못했다는 진단이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나도 서울에서 당협위원장을 해서 수도권 민심을 안다. 너무 험지라 아무도 당협위원장을 지원하는 사람이 없었던 곳이다. 하지만 구미 주민도 수도권 주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로 고통받고 기업의 해외 이전으로 공단이 없어져 고통받는다. 이건 수도권이든 영남이든 보편적 어려움이다. 다 같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다는 마음으로 정성과 진심을 다해 악착같은 자세로 정치를 하면 사랑을 받게 돼 있다. 지역이 중요하지 않다."
-40대 젊은 당선자이다. 국민의힘은 선거에 청년층 마음을 많이 얻지 못했다.
“2년 전 대선 때는 우리 당이 2030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윤 대통령이 각 부처에 청년 보좌역 제도를 만든 이유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앞으로 청년들을 소모품처럼 여기지 말고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정책을 만들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의정 활동 계획은.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해 노력하겠다.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이다. 나는 아이가 셋이다. 내년에 하나 더 낳을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 청년들은 우리 때보다 더 어렵다. 주거와 취업 등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는다. 경쟁이 너무 치열해지다 보니 출산이 아니라 결혼까지 기피하는 심각한 단계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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