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보고서
"정부 부처 책임 불분명, 소통 엇박자"
안전·의료 지원·날씨 대응 부족 등 지적
여가부 "보고서 내용 전혀 사실 아냐"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지난해 8월 열린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서 '한국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문제가 많았다고 공식 비판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지난 16일 홈페이지에 올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사실상 대회 주최자 자격에 오르면서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소외돼 버렸다"며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조직위는 여러 차례 인원이 교체됐으나 그 과정에서 제대로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에 따라 조직위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기획재정부·교육부·여성가족부 장관을 부위원장으로 하는 정부지원위원회를 꾸렸다. 한국 정부가 후원 역할만 하지 않고, 행사 기획과 운영 등에 적극 개입하면서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주도적으로 행사를 준비하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역할과 책임이 불분명해졌고, 실행 구조는 취약해졌으며, 의사소통 과정에선 엇박자가 났다"며 "한국 정부가 재정적인 면에서 기여한 점은 인정하지만 과도한 관여가 많은 구조적 문제를 야기했다"고 짚었다.
또 보고서는 △안전 △보안 △청소년 보호 △의료 지원 △날씨 대응 등 각종 분야에서 결함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행사장으로 오가는 도로가 좁고 상태가 좋지 않아 구급차는 물론 버스나 참가자가 다니기 어려웠고, 효과적인 교통 관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행사가 대부분 한국어로 진행됐고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세계스카우트연맹 공식 언어인 영어와 불어로만 안내했다고도 밝혔다. 보고서는 "(참가 인원이 많았던) 아랍어와 스페인어로도 안내를 제공했어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2017년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개최지로 전북 새만금이 확정된 이후 개막까지 "상당한 시간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준비 기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긴 했지만 행사를 성공적으로 계획하기엔 시간이 충분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한국 측이 유치 단계에서 보여줬던 청사진과 지난해 대회장에서 마주한 현실 사이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고 재차 지적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한국 정부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대회 개최와 관련된 한국 정부 부처가 패널이 필요로 하는 정보, 특히 행사 재정 상황과 관련한 정보를 주지 못했다"며 "이런 정보가 있었다면 투명성이 훨씬 보장됐을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가 발표되자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3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세계스카우트위원회의 엄정한 평가에 잼버리 대회를 망쳐놓고 축소와 회피에만 몰두했던 무책임한 정부가 무엇이라 답할지 궁금하다"며 "더 이상 책임 전가에만 급급한 비겁한 태도를 내려놓고 잼버리대회의 파행 책임을 인정하라"고 강조했다.
반면 여가부는 관련 설명자료를 내고 보고서 내용을 반박했다. 여가부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해당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정보 제공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보고서 작성에 투입된) 패널 구성이나 역할에 대해서도 협의한 바가 없다"고 했다. 또 "정부는 행사 초기 발생한 문제에 대해 각 부처와 지자체, 민간 기업 등과 합심함으로써 이른 시일 내에 행사를 정상화했다"고도 주장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여가부와 전북도, 한국스카우트연맹 등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새만금 잼버리대회 추진실태 관련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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