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정부기관 공무직 설문조사'
교육기관 공무직은 방학 무임금·알바 불가
"업무 분장 모호... '노예계약서' 다름없어"
"채용 공고나 근로계약서에 업무 내용이 있지만 영역이 워낙 넓으니 업무 분장이 없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운영권자 지시 모두를 업무로 하는 '노예계약서'나 마찬가지죠."(산불 특수진화대원)
"(학교마다) 요구하는 기대치도 다 다르고 업무 분장도 없어서 옛날에는 '급식' 자가 들어가면 제가 했지만 요즘에는 '기역(ㄱ)' 자만 들어가면 전부 다 제가 하고 있어요."(영양사)
공공기관에서 공무직(무기계약직)이나 기간제로 일하는 노동자는 열 명 중 네 명꼴로 한 달 급여가 220만 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절반은 불분명한 업무 분장 탓에 업무 떠넘기기를 겪었다고 답했고, 임금·복지 차별 탓에 근로 의욕이 떨어진다는 응답률은 70%가 넘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정부기관 공무직 노동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교육기관 등에서 일하는 공무직 및 기간제 노동자 8,364명이 조사 대상이었다. 현재 공공기관에는 무기계약직 30만 명, 기간제 20만1,000명이 일하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 공무원(142만8,000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하면서도 처우나 임금 수준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의 세전 기준 월급은 고정 수당을 합쳐도 220만 원 미만인 경우가 43.1%였다. 상용 노동자 평균 정액 급여인 월 360만 원(올해 2월 기준)을 넘게 받는 비율은 3.9%에 불과했다.
특히 급식 노동자 같은 교육기관 공무직은 56.6%가 월 220만 원 미만을 받았고 월 200만 원 미만도 38.2%에 달했다. '4개월 방학 동안 임금 미지급'이 저임금의 주원인으로 꼽히는데, 학교장에 따라 이들이 방학 중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겸직'으로 간주하고 공무원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금지하다 보니 현장 반발이 크다. ☞ 관련 기사 : "급여도 없는데 알바도 하지 말라니" 급식노동자들 '부글부글'
공무원과의 불분명한 업무 분장 탓에 갈등을 경험했다는 공무직도 적잖았다. 설문 응답자 절반(49.73%)은 '업무 떠넘기기'를 겪었다고 했다. 공무직 업무를 경시하는 분위기 탓에 근로 의욕이 떨어진다(59.3%), 임금·복리후생 차별로 근로 의욕이 떨어진다(73.2%)는 응답률도 높았다. 반면 업무 동기부여가 되는 승진·포상 기회가 있다는 경우는 3.3%뿐이었다. 공공운수노조는 "공무직 임금·인사관리 등 기준 마련이 필요하고 공무직 전담 기구를 설치하는 등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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