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원주민 상대 범죄에 책임... 대가 치러야"
지난해 '사과 표명' 발언에서 좀 더 진전된 언급
포르투갈 대통령이 과거 자국의 식민지였던 브라질에서 저지른 노예 매매, 원주민 학살, 자원 약탈 등 범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배상 방침을 밝혔다. 포르투갈 정상이 브라질을 향해 단순한 ‘사과 표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배상 책임’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24일(현지시간) G1, 오글로브 등 브라질 언론들에 따르면, 마르셀루 헤벨루 드소자 포르투갈 대통령은 전날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포르투갈은 식민지 시대에 브라질에서 노예와 원주민을 상대로 자행한 일련의 범죄에 책임이 있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예제와 관련한) 비용은 우리가 지불해야 한다. 처벌되지 않은 사례가 있는지, 약탈하고도 반환하지 않은 물품이 있는지, 이를 어떻게 배상할 수 있는지 등을 보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향후 배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이번 발언은 지난해와 비교해 좀 더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다. 작년에도 드소자 대통령은 포르투갈의 대서양 횡단 노예 매매, 식민주의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으나, ‘배상’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날 그는 “사과하는 것은 가장 쉬운 일”이라며 “과거를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게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포르투갈은 1534년부터 1822년까지, 약 300년간 브라질을 식민 지배했다. 당시 포르투갈은 유럽 국가들이 노예로 삼았던 인구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600만여 명의 아프리카인을 노예로 매매했다는 게 역사학계의 정설이다. 포르투갈 정부는 그러나 지금껏 식민지 범죄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식민 범죄 책임 관련 교육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타국을 식민지로 지배했던 시절을 자부심의 원천으로 여겨 왔다고 브라질 언론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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