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에게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정 비율 이상의 유산 상속을 보장하는 유류분(遺留分) 제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자녀를 유기하거나 부양 기여도가 높지 않은 상속인의 경우 유류분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선 입법도 주문했다. 1977년 민법에 관련 제도가 도입된 지 47년 만의 의미 있는 변화다.
헌재는 어제 유류분 제도를 규정한 민법 1112~1116조, 1118조 등 위헌 제청 및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현행 민법은 피상속인이 유언을 남기지 않고 사망하면 배우자∙자녀∙부모∙형제자매가 상속받을 수 있는 지분(법정상속분)을 정하고 있다. 유언이 있더라도 배우자∙자녀는 법정상속분 2분의 1을,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보장받는데 이게 유류분이다. 특정 상속인이 유산을 독차지하지 않고 남은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법정 장치로 도입됐지만, ‘내 재산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느냐’는 재산권 침해 논란이 만만치 않았다. 부모와 담을 쌓고 지낸 패륜 자식에게도 상속을 보장하면서 ‘불효자양성법’이라는 오명도 붙었고, 2019년 가수 구하라씨 사망 뒤 20년 넘게 연락을 끊었던 친모가 유산을 받아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헌재는 피상속인 형제자매의 유류분과 관련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또 유류분 상실 사유나 부양 기여분 규정을 따로 두지 않은 것에 대해 "유기나 학대 등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국민 법 감정에 반한다”는 등의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과거 2010~13년 세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던 헌재가 전향적 결정을 내린 걸 환영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가족 간 교류가 많이 없어지는 등 가족관계 변화를 현실적으로 반영한 결정일 것이다. 다만 유류분 제도가 일부 없어지고 기여 정도에 따라 상속이 이뤄진다면 상속 분쟁은 지금보다 훨씬 심해질 공산이 크다. 개개인의 재산권이 걸린 예민한 사안인 만큼 정부와 국회가 신속하면서도 정교한 법 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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