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마음을 정화시킨 화엄사의 종소리

입력
2024.04.29 04:30
25면
0 0
전남 구례군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천년고찰 화엄사에서 이른 새벽 어둠을 뚫고 한 스님이 범종을 타종하고 있다. 범종은 천상과 지옥에 있는 중생을 일깨우기 위해 새벽과 저녁 두 번 울린다고 한다. 구례=왕태석 선임기자

전남 구례군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천년고찰 화엄사에서 이른 새벽 어둠을 뚫고 한 스님이 범종을 타종하고 있다. 범종은 천상과 지옥에 있는 중생을 일깨우기 위해 새벽과 저녁 두 번 울린다고 한다. 구례=왕태석 선임기자

만물은 어둠 속에 빠져있고 날이 밝기는 요원한 이른 새벽. 조용한 산사에 갑자기 천둥 같은 우렁찬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화엄사(전남 구례군)가 깨어나는 순간이다.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서 유래한 천년고찰답게 새벽에는 범종, 법고, 목어, 운판을 가리키는 불전사물의 소리에서 시작하고, 해 질 녘 또 한 번 소리로 하루를 마감한다. 삼라만상의 어둠을 걷어내고 천하의 만물을 깨우는 의식인 동시에 하루를 마무리하고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이다.

조용한 산사의 새벽 어둠을 뚫고 천둥 같은 우렁찬 법고 소리가 천지사방으로 울려 퍼지며 잠자던 만물을 깨우고 있다.

조용한 산사의 새벽 어둠을 뚫고 천둥 같은 우렁찬 법고 소리가 천지사방으로 울려 퍼지며 잠자던 만물을 깨우고 있다.

제일 먼저 울린 법고는 땅 위에 사는 중생을, 목어는 물속에 사는 중생을, 운판은 공중을 날아다니는 중생을, 마지막을 장식한 범종은 천상과 지옥에 있는 중생을 일깨우기 위해 울린다고 한다. 하지만 굳이 대상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깜깜한 새벽 강렬했던 법고의 울림은 잠으로 몽롱한 정신을 깨운다. 목어는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으로 흥분된 마음에 평온을 선사하고, 운판의 맑고 청량한 음색은 정신을 한곳에 집중시킨다. 마지막으로 울려 퍼지는 범종의 깊은 음은 마음과 머리를 정화시킨다.

화엄사의 이른 새벽은 어둠을 뚫고 천둥 같은 우렁찬 법고 소리를 시작으로 목어, 운판 , 범종 순으로 불전사물의 소리가 천지사방의 만물을 일제히 깨운다.

화엄사의 이른 새벽은 어둠을 뚫고 천둥 같은 우렁찬 법고 소리를 시작으로 목어, 운판 , 범종 순으로 불전사물의 소리가 천지사방의 만물을 일제히 깨운다.

요즘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전국의 사찰들이 울긋불긋한 연등으로 절 마당을 채우고 있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이 시기 가족의 건강 기원이나 소원을 적은 연등을 달기 위해 절을 찾을 것이다. 이왕 절에 발을 디뎠다면 한 번쯤은 불전사물의 소리를 들어보길 추천한다. 차례로 들려오는 불법의 진리를 담은 소리가 마음을 정화해줄 것이기에.

이른 새벽 어둠 속 화엄사에서 스님이 범종을 타종하고 있다. 범종은 천상과 지옥에 있는 중생을 일깨우기 위해 새벽과 저녁 두 번 울린다고 한다.

이른 새벽 어둠 속 화엄사에서 스님이 범종을 타종하고 있다. 범종은 천상과 지옥에 있는 중생을 일깨우기 위해 새벽과 저녁 두 번 울린다고 한다.




왕태석 선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