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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 라이브 논란... '잡음'에도 코첼라에서 기억해야 할 이름들

입력
2024.04.28 13:00
수정
2024.04.28 13:4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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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해외 페스티벌 조명받는 'K'의 빛과 그림자
아이돌, 래퍼, 록밴드까지 조명
봉산탈춤 소환했지만... 엇갈린 K팝 공연 반응

편집자주

K컬처의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김윤하, 복길 두 대중문화 평론가가 콘텐츠와 산업을 가로질러 격주로 살펴봅니다.

그룹 에이티즈가 지난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봉산탈춤을 활용해 공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그룹 에이티즈가 지난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봉산탈춤을 활용해 공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머나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 사막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하나가 이웃 동네잔치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이다. 2주간 열리며 세계에서 가장 큰 대중음악 축제로 손꼽히는 코첼라가 한국과 부쩍 가까워진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적극적인 러브콜로 K팝 가수를 줄줄이 무대에 세웠고,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그 모습이 국내에 실시간으로 소개됐다. 그룹 2NE1은 2022년 코첼라에서 '내가 제일 잘나가'를 불렀다. 2016년 그룹 활동을 중단한 뒤 6년여 만에 선보인 완전체 무대였다. 블랙핑크는 K팝 가수 최초로 지난해 코첼라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무대에 서 한복을 활용한 의상과 기와지붕을 본떠 만든 세트로 현지 관객을 사로잡았다.

올해 코첼라의 스포트라이트는 K팝 그룹에 쏟아졌다. 데뷔 2년 만에 대형 페스티벌 무대에 서게 된 르세라핌과 강렬한 퍼포먼스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에이티즈가 주인공이었다. 다만, 무대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르세라핌이 경험 부족으로 인한 공연 운영 미숙과 라이브 논란으로 여론을 들끓게 한 사이 에이티즈는 특유의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퍼포먼스에 한국 전통의 봉산탈춤을 녹이고 크라켄(전설 속 바다 괴물)까지 소환하며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르세라핌은 두 번째 공연에선 비교적 안정적으로 노래했지만, 한 번 붙은 '라이브 논란'의 불길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코첼라 무대에 오른 가수 비비. Lindsey Blane 제공

코첼라 무대에 오른 가수 비비. Lindsey Blane 제공


코첼라에서 열창하는 타이거JK와 윤미래. Lindsey Blane 제공

코첼라에서 열창하는 타이거JK와 윤미래. Lindsey Blane 제공

잡음에도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다. 노래 '밤양갱'으로 전국을 달콤하게 만든 가수 비비와 그의 '음악적 어머니' 윤미래 등이다. 두 사람은 이번에는 같은 레이블 소속 가수이자 윤미래의 남편이기도 한 타이거JK도 함께 무대에 소환했다.

타이거JK는 윤미래와 함께 아시아 음악인들을 미국에 소개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레이블 88라이징이 준비한 '88라이징 퓨처스 스테이지'의 오프닝을 열었다. 그룹 스트레이 키즈와 함께 '톱라인'을 부른 두 사람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관객의 호응을 유도했다. '밤양갱'과 함께 공연 막바지에 등장한 비비는 그룹 갓세븐 멤버 잭슨과 합작한 '필링 럭키'의 첫 무대도 상큼하게 선보였다.

코첼라 무대에 선 밴드 더 로즈. 트랜스페어런트아츠 제공

코첼라 무대에 선 밴드 더 로즈. 트랜스페어런트아츠 제공

아이돌 그룹이 아닌 한국 밴드도 올해 코첼라에서 활약했다. 국내에서는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인 슈가 솔로 앨범 피처링에 참여해 이름이 알려진 김우성이 이끄는 밴드 더 로즈였다. 지난해 발표한 2집 '듀얼'을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83위까지 올리면서 화제가 된 이들은 공연 중 관객 20명을 두고 했던 첫 홍대 공연을 추억하며 코첼라 무대에 선 감격을 전하기도 했다. 2019년 혁오와 잠비나이가 코첼라에 선 이후 한국 밴드가 남긴 새로운 이정표였다. 세계 전자 음악 시장에서 가장 '힙'하고 멋진 곳마다 빠짐없이 나타나는 한국인 DJ이자 프로듀서인 페기 구도 올해 코첼라를 찾았다. 지난해 전 세계 여름을 뜨겁게 만든 ‘(잇 고스 라이크) 나나나’를 중심으로 댄서들과 함께 명성에 어울리는 쿨한 무대를 선보였다. 해외 음악 페스티벌에 등장하는 한국 음악인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 그리고 그걸 내 방 침대에서 편히 볼 수 있는 시대가 함께 찾아왔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지는 보는 사람의 선택이다. 그사이 발견할 빛나는 음악은 분명, 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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