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해외 페스티벌 조명받는 'K'의 빛과 그림자
아이돌, 래퍼, 록밴드까지 조명
봉산탈춤 소환했지만... 엇갈린 K팝 공연 반응
편집자주
K컬처의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김윤하, 복길 두 대중문화 평론가가 콘텐츠와 산업을 가로질러 격주로 살펴봅니다.
머나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 사막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하나가 이웃 동네잔치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이다. 2주간 열리며 세계에서 가장 큰 대중음악 축제로 손꼽히는 코첼라가 한국과 부쩍 가까워진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적극적인 러브콜로 K팝 가수를 줄줄이 무대에 세웠고,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그 모습이 국내에 실시간으로 소개됐다. 그룹 2NE1은 2022년 코첼라에서 '내가 제일 잘나가'를 불렀다. 2016년 그룹 활동을 중단한 뒤 6년여 만에 선보인 완전체 무대였다. 블랙핑크는 K팝 가수 최초로 지난해 코첼라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무대에 서 한복을 활용한 의상과 기와지붕을 본떠 만든 세트로 현지 관객을 사로잡았다.
올해 코첼라의 스포트라이트는 K팝 그룹에 쏟아졌다. 데뷔 2년 만에 대형 페스티벌 무대에 서게 된 르세라핌과 강렬한 퍼포먼스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에이티즈가 주인공이었다. 다만, 무대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르세라핌이 경험 부족으로 인한 공연 운영 미숙과 라이브 논란으로 여론을 들끓게 한 사이 에이티즈는 특유의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퍼포먼스에 한국 전통의 봉산탈춤을 녹이고 크라켄(전설 속 바다 괴물)까지 소환하며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르세라핌은 두 번째 공연에선 비교적 안정적으로 노래했지만, 한 번 붙은 '라이브 논란'의 불길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잡음에도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다. 노래 '밤양갱'으로 전국을 달콤하게 만든 가수 비비와 그의 '음악적 어머니' 윤미래 등이다. 두 사람은 이번에는 같은 레이블 소속 가수이자 윤미래의 남편이기도 한 타이거JK도 함께 무대에 소환했다.
타이거JK는 윤미래와 함께 아시아 음악인들을 미국에 소개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레이블 88라이징이 준비한 '88라이징 퓨처스 스테이지'의 오프닝을 열었다. 그룹 스트레이 키즈와 함께 '톱라인'을 부른 두 사람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관객의 호응을 유도했다. '밤양갱'과 함께 공연 막바지에 등장한 비비는 그룹 갓세븐 멤버 잭슨과 합작한 '필링 럭키'의 첫 무대도 상큼하게 선보였다.
아이돌 그룹이 아닌 한국 밴드도 올해 코첼라에서 활약했다. 국내에서는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인 슈가 솔로 앨범 피처링에 참여해 이름이 알려진 김우성이 이끄는 밴드 더 로즈였다. 지난해 발표한 2집 '듀얼'을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83위까지 올리면서 화제가 된 이들은 공연 중 관객 20명을 두고 했던 첫 홍대 공연을 추억하며 코첼라 무대에 선 감격을 전하기도 했다. 2019년 혁오와 잠비나이가 코첼라에 선 이후 한국 밴드가 남긴 새로운 이정표였다. 세계 전자 음악 시장에서 가장 '힙'하고 멋진 곳마다 빠짐없이 나타나는 한국인 DJ이자 프로듀서인 페기 구도 올해 코첼라를 찾았다. 지난해 전 세계 여름을 뜨겁게 만든 ‘(잇 고스 라이크) 나나나’를 중심으로 댄서들과 함께 명성에 어울리는 쿨한 무대를 선보였다. 해외 음악 페스티벌에 등장하는 한국 음악인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 그리고 그걸 내 방 침대에서 편히 볼 수 있는 시대가 함께 찾아왔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지는 보는 사람의 선택이다. 그사이 발견할 빛나는 음악은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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