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제4차 유엔플라스틱협약 회의 열려
과학자·원주민 압도 로비스트, 국가 대표단에도
부산서 마지막 5차 협상 앞두고 각국 이견 팽팽
전 세계적인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유엔 플라스틱협약’ 제정을 둘러싸고 치열한 로비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3일부터 캐나다 오타와에서 진행 중인 제4차 정부간 협상위원회 회의에는 석유화학업계 로비스트들이 200명 가까이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약 조항 하나하나가 업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터라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국제환경법센터(CIEL)와 그린피스 등에 따르면, 이번 4차 협상 회의에 참석한 석유화학업계 로비스트는 196명으로 지난해 11월 3차 협상(143명) 때보다 37% 늘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등록된 참석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다. 로비스트 규모는 '효과적인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독립 과학자 연합’ 참가자(58명)의 3배, 각국 원주민 연합인 ‘원주민 코커스’ 참석자(28명)의 7배로 다른 참석자 그룹을 압도한다. 입회인 자격으로 회의에 참여 중인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CIEL이 매우 보수적으로 집계한 것”이라며 “로비스트들이 환경단체로 둔갑해 등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로비스트의 대대적 활동을 두고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생산자와 오염 피해국·단체 간 힘의 불균형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 로비스트 가운데 이란, 중국 등 오염 감축에 소극적인 국가의 대표단에 등록된 인원도 16명이나 된다. 델핀 레비 알바레즈 CIEL 활동가는 “각국 대표단에 참여한 로비스트들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회원국 전용 세션에도 접근해 로비를 하고 있다”며 “협상장에서 누구나 동등한 접근권을 누린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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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상은 플라스틱협약의 주요 골자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리라 이목이 쏠린다. 국제사회는 2022년 3월부터 △플라스틱 원료 생산량 감축 △생산·유통·폐기 등 전 주기에 걸친 오염 감축 등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들고자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산유국 및 플라스틱 생산국, 소비국 등 각국 입장에 따라 규제 수위에 대한 이견이 많아 협약은 더디게 진행돼왔다. 당초 1·2차 협상에서 31쪽짜리 협약문 초안이 도출됐지만 3차 협상 때 분량이 69쪽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각국은 이번 협상에서 협약문 초안 가운데 중요 내용을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5차 협상에서 최종 합의문을 도출한다는 목표에 따른 것이다. 각국 정부와 석유화학업계, 시민사회단체가 오타와에 모여 각자의 입장을 반영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5차 회의 의장국으로서 부산에서 역사적인 협약이 성안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참가국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분위기라 연내 마무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열린 회의에서는 페루와 르완다가 2040년까지 플라스틱 신규 원료 사용량을 2025년 대비 40% 감축하자는 제안을 제출한 반면, 일부 그룹은 플라스틱의 인체 건강 영향이 불분명하다며 ‘플라스틱을 없애기보단 환경유출만 막으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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