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가 많이 걸리지만 과로·스트레스 탓에 젊은이도 적지 않게 앓아
직장인 B(42)씨는 어느 날 갑자기 허리에 칼이나 바늘로 계속 찌르는 듯한 참기 어려운 통증을 느껴 정형외과를 찾았다. 일전에 허리디스크를 앓았던 B씨는 최근 무리한 업무로 인해 디스크가 재발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고 통증 완화를 위해 붙였던 파스 자리에 오히려 물집이 생겼다. 갈수록 허리를 넘어 배까지 띠 모양 물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B씨는 집 근처 대학병원 피부과를 찾았고 ‘대상포진(帶狀疱疹·herpes zoster)’ 진단을 받았다.
대상포진은 이전에 수두를 앓았거나 수두 예방접종 주사를 맞은 사람의 신경에 남아 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활성화돼 통증과 함께 피부에 발진과 수포가 생기는 질환이다. 대상포진 원인 바이러스는 ‘Varicella zoster virus’로 수두를 일으키는 원인과 동일한 바이러스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며칠간 지속되다가 띠 모양(帶狀) 발진과 수포가 발생한다. 대상포진은 바이러스가 활동하는 신경을 따라 붉은 띠 모양의 발진이 나타나면서 통증이 심해진다.
그 뒤로 물집은 10~14일 동안 고름이 차면서 탁해지다가 딱지가 생기고 아물게 된다. 드물게 피부 발진 없이 통증만 호소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대상포진의 대표적인 위험 인자는 나이와 면역 저하가 꼽힌다. 대상포진은 주로 50대 이상에서 많이 발생한다. 나이가 들며 면역력이 점차 약해지는 것이 그 원인이다. 대상포진 환자의 절반 이상이 50세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김도영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최근에는 40대 등 젊은 환자도 적지 않으며 과로나 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젊은 층에서도 대상포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많이 발생한다. 특히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질환을 앓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에게서 대상포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과로·스트레스·다이어트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치료는 항바이러스제와 소염제, 진통제 등으로 이뤄진다. 발병 초기에 발견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함으로써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피부 발진이 시작되고 72시간 이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피부 병변이 빨리 가라앉고 급성 통증이 나타나는 기간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대상포진이 발생했던 부위에 날카롭고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는 ‘포진 후 동통’ 위험도 낮출 수 있다. 동통은 대상포진을 겪은 환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후유증이다.
면역 기능이 약하고 나이가 많을수록 후유증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 대상포진은 보통 재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높은 재발률이 보고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상포진을 예방하려면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평소 건강관리에 힘써야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여행·운동 등으로 신체에 무리가 가거나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높아지기에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고령에서는 몸에 무리가 되는 강도 높은 운동·일·여행 등은 체력과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만으로 대상포진을 완벽히 예방할 수 없으므로 50세가 넘으면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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