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 민스미트 작전- 1
1943년 북아프리카 전역을 장악한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군의 다음 숙제는 지중해 제해권과 서유럽 상륙전 교두보 확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바보가 아닌 한” 연합군의 공격 목표가 튀니지 해안 최단거리인 시칠리아란 걸 적도 안다는 것이었다. 나치는 험준한 해안 지형을 갖춘 천혜의 방어 진지인 시칠리아에 주력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고, 연합군으로서는 엄청난 희생은 물론이고 승패조차 장담하기 힘든 형국이었다.
나치를 속이기 위한 이른바 ‘민스미트 작전(Operation Mincemeat)’이 영국 해군 정보국 중령 이웬 몬태규(Ewen Montagu) 등에 의해 수립됐다. 가짜 영국군 공수부대 장교의 시신에 허위 작전문서를 심어 나치 정보국이 입수하게 함으로써 연합군 공격 목표가 시칠리아가 아니라 서쪽 사르데냐와 동쪽 그리스 발칸반도로 오인하도록 하는 작전. “나치를 속이는 것보다 연합군 수뇌부를 설득하는 게 더 힘들었다”던 몬태규의 훗날 고백처럼, 그들은 무의미한 작전이라고 여기던 군 수뇌부를 어렵사리 설득한 뒤 폐렴으로 숨진 30대 영국인의 시신을 구해 윌리엄 마틴스(William Martins)라는 흔한 이름의 공수부대 대위로 보이게끔 조작했다. 가짜 신분증은 물론이고 약혼자와 찍은 사진, 극장 티켓 영수증···. 생활인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연체된 공과금 청구서와 자잘한 종이조각 쓰레기들까지 만들어 방수 처리된 그의 서류가방에 넣었다. 앞서 그들은 법의학자에게 자문을 통해 폐렴 사망자인 마틴스의 위장 체액이 익사 후 며칠간 해상에서 표류한 시신의 체액과 구분하기 힘들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영국 전통음식인 ‘민스미트’는 ‘미트’라는 이름과 달리 고기는 일절 쓰지 않고 으깬 사과 등 과일과 향신료, 견과류 등으로 속을 채운 파이의 일종. 섬뜩한 농담 같은 저 이름의 제2차 세계대전 최대 역정보작전이, 1943년 4월 30일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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