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주 탐사 부문 성공 전략
기술 중심 합동작전 짜는 선진국
"우리 강점 보여줄 기술 확보하고
초반 인프라 구축에도 기여해야"
편집자주
'뉴 스페이스' 시대 우리나라 우주산업 성장을 이끌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은 우주항공청이 5월 27일 문을 연다. 국가 주도의 원천 기술 개발에서 경제성과 효율성을 목표로 우주산업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개청 초기의 임무 설계와 실행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주항공청의 핵심 조직인 우주항공임무본부는 크게 △우주수송 △인공위성 △우주탐사 △항공혁신의 임무를 분담하는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출범한다. 한국일보는 이들 임무 분야별로 우주항공청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했다.
냉전시대 달 착륙은 국력 과시용이었지만, 지금은 미래기술 패권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다. 우주탐사가 미국과 구소련(러시아)의 각개전투였던 과거와 달리, 이젠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합동작전을 편다. 우리도 이런 트렌드에 맞춰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전략 육성할 탐사 기술과 파트너를 찾아 속도를 내야 한다.
화성 거주 기술의 테스트 베드
달 탐사는 각국 우주기술의 현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지구 궤도보다 훨씬 멀리 탐사선을 보내야 하는 데다, 달의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이다 보니 착륙도 무척 까다로워서다. 여태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러시아·미국·중국·인도·일본뿐으로, 유인 탐사는 미국이 유일했다. 우리나라는 2022년 달 궤도선 '다누리'를 발사해 운영 중이고, 착륙 시기는 2032년이 목표다.
선진국들은 이미 달을 인류의 '새로운 영토'로 보고, 2030년대 안에 진출하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물이나 얼음, 희귀자원과 같은 여러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윤형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물이 있으면 분해해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현지 자원을 이용한 장기 거주가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각국이 달에 가려는 궁극적인 목표는 대기가 있는 화성에 진출하기 위함이다. 지구에서 화성으로 한 번에 이동하려면 시간도 돈도 많이 드니 달을 중간 기착지로 삼겠다는 것이다. 우주탐사 분야에 30년 넘게 몸담아 온 한 과학자는 "화성 거주 기술을 미리 검증해보는 측면에서 달은 좋은 테스트 베드"라고 말했다.
아르테미스 티켓 잡은 캐나다·일본
달에 가는 전략은 개인전에서 단체전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아르테미스, 중국의 국제 달 연구기지(ILRS) 프로젝트가 양대 산맥이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두 나라 모두 달에서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쌓아 화성까지 가려는 게 목표고, 독자 힘으로는 힘드니 주변국은 물론 민간의 참여까지 독려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우주 시장, 우주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주강국들은 너도나도 우호국 대형 프로젝트에 발을 담그고 있다. 미국이 달로 보낼 우주선 아르테미스호에는 이미 캐나다와 일본 우주비행사가 승선을 약속 받았다. 공통점은 특정 영역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는 우주 전용 로봇팔 '캐나담'으로, 일본은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요타자동차·미쓰비시중공업이 공동 개발 중인 월면차 '루나 크루저'로 승선 티켓을 잡았다.
한국도 미국이 주도한 아르테미스 협정에 2021년 열 번째 서명국으로 이름을 올리기는 했지만, 아직 굵직한 프로젝트에 참여하진 못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 내정자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천문연구원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사용될 우주 환경 모니터(LUSEM)를 개발했고, 내년 발사를 앞두고 있다"며 "개청 이후 아르테미스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우주청이 전략기술을 투자·육성하며 대외적으로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우주 전문가는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캐나다나 일본처럼 차별성 있는 우리만의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며 "우리가 강점을 보이는 통신도 (차별화 기술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영준 연구원도 "우주 생태계가 갖춰진 뒤 진입하려면 장벽이 매우 높을 것이다. 한국도 초반 인프라 구축에 기여해야 계속 (생태계에)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독자 탐사는 어디까지
우주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독자적인 탐사 능력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달 착륙선을 개발 중인 한국은 올 하반기에 태양이나 소행성을 포함한 우주 탐사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천문연과 태양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존 리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임원이 우주청 우주항공임무본부장으로 내정된 만큼 해당 연구가 힘을 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경석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태양과 지구 사이 라그랑주점(태양·지구의 중력과 우주물체의 원심력이 상쇄돼 중력의 영향이 사라지는 지점) 중 아직 아무도 진출하지 못한 L4 지점에 탐사선을 보내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태양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고, 화성과 지구의 통신을 잇는 중계소가 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리 내정자는 "(한국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검토한 뒤 구체적인 그림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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