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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발생 4위 암'이지만… 40세 넘으면 2년에 한 번 내시경검사해야

입력
2024.05.0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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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위암, 헬리코박터균·장(醬)류·국물·짜고 매운 음식 탓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밥만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해요” “종종 속이 쓰려 일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이처럼 주변에서 소화불량이나 속 쓰림을 호소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대개 이럴 땐 위장약이나 소화제 등으로 자가 치료를 하거나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무분별한 약 복용이나 안일한 대처는 가벼운 위장병을 위궤양, 나아가 위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위암은 불과 몇 년 전까지도 국내 암 발생 부동의 1위였다. 해마다 약 3만 명, 10만 명당 50~60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한다. 미국의 10배 수준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위암 주원인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률이 떨어지고, 조기 진단이 늘면서 위암 발생이 조금씩 줄고 있다.

하지만 위암은 여전히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 중 하나다. 지난해 말 발표된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2021년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1년 2만9,361명의 위암 환자가 새로 발생해 암 발생 순위 4위(10.6%)를 기록했다. 갑상선암(12.7%), 대장암(11.8%), 폐암(11.4%) 다음이다.

김병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국내 위암 환자가 많은 이유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률이 높고 염분이 많은 장(醬)류·국물을 즐겨 먹고, 짜고 매운 음식 위주 식습관과 관련이 깊다”면서도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최근 위암 예방과 치료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기 발견이 늘었고 이에 완치율 또한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시 위암 발생 위험 최대 10배

위는 식도와 소장(십이지장) 사이를 이어주는 소화관이다. 식도를 통해 내려온 음식물을 잠시 저장하고 일부 소화 작용을 거쳐 소장으로 내려 보낸다.

위암은 위 점막 세포가 지속적으로 자극받고, 손상된 위 점막이 위축되거나 위 점막 세포가 소장이나 대장 점막 세포와 비슷한 모양으로 바뀌면서 진행된다.

특히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 발생 위험이 2~10배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헬리코박터균은 보통 10대에 감염돼 위암으로 발전하기까지 30~40년 정도 걸리는데, 간혹 젊은 사람 가운데 이른 시간에 위암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하면 위암에 걸릴 확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젊은 사람보다 나이 든 사람, 40대 이상에서 내시경검사를 할 때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함께하면 좋다. 만성 위염을 앓고 있어도 헬리코박터균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숨을 불어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요소 호기 검사는 정확도가 높아 제균 치료한 뒤 결과를 확인할 때 특히 유용하다.

헬리코박터 감염이 확인되면 반드시 제균 치료를 해야 한다. 제균 치료는 보통 항생제 두세 가지와 위산이 적게 나오게 하는 위산 분비 억제제를 병합해 1~2주간 복용한다. 제균 성공률은 90% 이상이다.

김병욱 교수는 “국내 성인 절반 정도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며 “특히 제균 치료는 한 번할 때 성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개별 환자에 맞는 맞춤 치료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암 치료는 병기 따라 달라… 1기는 내시경으로 제거

위암 치료는 각 병기에 따라 다르다. 수술이 일반적이지만 위암이 위 점막이나 점막하층에만 잔존해 있는 1기는 내시경으로 제거한다. 근육층이나 장막하층, 장막층에 암세포가 침습해 있거나 위 림프절에 암세포가 퍼져 있더라도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가 되지 않은 2기와 3기에는 복강경 수술을 한다. 다만 재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항암 치료를 병행한다.

반면 3b나 4기로 전이가 많이 진행됐다면 수술적 치료의 효능이 많이 떨어진다. 김병욱 교수는 “위암이 무서운 이유는 진행된 경우 항암치료 반응률이 60% 미만이라는 점”이라며 “이때 반응률은 완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암 크기가 줄어들고 약간이나마 호전된다는 의미로 이 정도 병기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위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40세 이상 2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 받아야

위암을 예방하려면 국이나 찌개를 서로 공유하는 식습관을 피하고 술잔 돌리는 문화도 바꿔야 한다. 염분이 많이 든 젓갈류, 김치 같은 염장 음식, 국과 찌개 등은 위암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불규칙한 식사 습관을 고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은 피한다. 조리법은 튀기기보다 끓이고, 굽기보다는 삶는 것이 좋다. 가급적 조미하지 않고 식품 본연의 맛과 향을 담백하게 즐긴다. 밤에는 신진대사 능력이 떨어지므로 위산 분비가 줄어 섭취한 음식이 제대로 소화되지 못한다. 늦은 밤 음식 습관은 피한다.

또 맵고 짜거나 기름진 자극적인 음식은 만성적으로 위 점막을 자극해 점막이 얇아지는 위축성 위염을 유발할 수 있다. 탄 음식에는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특히 위는 스트레스에 약하고, 위암은 스트레스와 밀접하다. 스트레스는 소화효소 분비를 막고 위장 운동을 위축시켜 소화를 방해한다. 운동은 규칙적으로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가능한 매일, 적어도 1주일에 3회 이상, 30분에서 1시간씩 가벼운 산책 등 몸에 약간 땀이 나는 강도를 추천한다.

알코올은 위 점막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빈속에 마시는 술은 위벽에 치명적이다. 흡연은 소화기암 발생의 최고 위험 인자로 꼽힌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위암 발생 위험이 2~3배 높다. 무엇보다 위암은 조기 예방이 중요하다. 40세 이상이라면 2년에 한 번씩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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