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야당 입장 고수
제도적 보완 등은 뒤로 밀려
장기 투자 세율 인하 등 고려해야
당초 계획한 도입 시점까지 7개월도 남지 않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시행 여부가 여전히 안갯속에 갇혀 있다. 정부‧여당과 야당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제도적 보완마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여당과 야당 간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다시 한번 불을 지핀 건 4월 총선을 압승하며 주도권 잡기에 나선 야당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5일 “부자 감세로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소득 격차만 더 늘리는 조세정책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예정대로 2025년부터 금투세가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주식 시장 저평가) 해소 방안 중 하나로 금투세 폐지를 내건 정부 입장은 정반대다. 이달 3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금투세 폐지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폐지를 위해선 금투세 도입 철회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만큼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과 같은 소모적인 정쟁이 계속되면 정책 신뢰도가 하락하고 시장 혼란도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업계만 해도 금투세 관련 전산 시스템 구축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금투세는 개인투자자가 주식·펀드 등 금융투자로 연간 일정 금액(주식 5,000만 원‧기타 금융상품 250만 원) 이상 소득을 거둘 경우 초과분의 22%(3억 원 초과분은 27.5%)에 대해 걷는 세금이다.
시행 여부조차 확정 짓지 못하다 보니 제도적 보완 등 중요 논의는 첫걸음도 못 뗐다. 금투세를 시행한다면 형평성‧단기투자 등의 허점을 어떻게 해소할지, 반대로 폐지한다면 도입 목적인 조세 정의를 어떤 방식으로 실현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찬성‧반대 논리에 갇혀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일례로 야당은 금투세 폐지를 부자 감세라고 주장하나 개미투자자자는 금투세 시행으로 외국인‧기관 투자자가 더 큰 혜택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금투세가 개인투자자에게만 부과되는 반면, 금투세 도입에 따른 증권거래세 과실은 모두에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세는 지난해 0.23%에서 0.2%로 인하됐고, 올해 0.18%, 내년엔 0.15%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지금도 단기투자 경향이 강한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대형 투자자의 단타가 활성화하면서 주가가 요동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큰손 개인투자자가 세금을 내야 하는 5,000만 원 이전에 수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점도 단타를 부추기는 부분이다. 주가 불안정으로 일반 개미투자자가 피해를 입고, 기업의 재원 조달 여건도 여의치 않게 되면서 실물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금투세 폐지에 제동이 걸린 만큼 정부는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며 원안 실행 시 문제 될 부분에 대한 조정에 나서고, 야당도 열린 자세로 협의에 나서야 한다”며 “장기 투자할 경우 세율을 낮춰주는 방안 등도 고려해 볼 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투세를 시행 중인 미국은 1년 미만으로 보유한 상품에 대해 세율 10~37%, 1년 이상 보유한 상품을 처분할 땐 세율 0~20%를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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