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9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연다.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 회견 이후 600일이 넘도록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고, 연초 신년회견도 KBS 대담으로 갈음해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닐 수 없다. 4·10 총선에서 거센 ‘정권심판’ 민의가 확인된 뒤 지난달 29일 영수회담이 성사됐지만 이조차 서로 할 말만 하고 끝났다. 때문에 이번 회견은 실망한 민심을 회복할 또 한 번의 중대한 기회가 된다. 2년간의 국정운영 소회를 밝히고 남은 3년의 국정방향과 각오를 새롭게 제시해 국민적 신뢰를 되살릴 터닝포인트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엄중한 전후 사정을 윤 대통령은 깊이 인식하고 회견을 준비해야 한다. 총선 후 지지율이 계속 저조한 상황을 감안하면 '국정기조 전환'의 달라진 태도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모두발언부터 변화 의지가 드러나야 한다. 총선 열흘 전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 때처럼 51분 대부분이 의대 증원 당위성을 강권하는 식이라면 국민이 우호적으로 받아들일 리 없다. 연금·노동·교육개혁과 민생경제, 미래전략 등을 설명하더라도 '불통 이미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현안에 대한 전향적 태도도 중요하다. 대통령실이 반발하는 ‘채상병특검법’에 대해 굳이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이유를 대고 대안도 내놓아야 한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검찰 수사 등이 야당의 특검 공세를 대비한 ‘물타기’ 비판을 잠재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모두 대통령과 부인이 관련됐다는 점에서 대국민 사과도 필요하다. 변명과 해명만으론 여론을 설득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임기 초 성과로 평가받은 ‘도어스테핑’도 2022년 11월 이후 중단했다. 이번 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불편한 질문에 성실히 답할 의무가 있다. 국민은 국정 현안에 대한 최고책임자의 생생한 육성 답변을 들을 권리가 있다. 회견을 정례화해야 한다. 이번 기회가 취약한 국정동력을 회복할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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