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험지' 수도권 내리 5선 윤상현 의원 인터뷰
尹 일방통행·영남 중심 지도부 총선 책임 커
영남·60대 이상 지지 갖고 선거 승리 어려워
'뺄셈 정치' 타파, 보수 가치 재정립부터 필요
이념 아닌 생활양식으로서 보수 쉽게 알려야
한동훈 총선서 능력 증명 실패... 더 준비해야
"작년 수도권 위기론을 주장했을 때 친윤 지도부와 일부 수도권 인사들까지 '위기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 결과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 총선 3연패였다."
국민의힘의 '험지' 수도권에서 18대 총선 이후 내리 5선에 성공한 여당 당선자는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이 유일하다. 지난 3일 서울 종로에서 만난 그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보수 정당이 연속 120석에 못 미친 이번 총선 결과를 "집권여당으로서 참사 수준의 패배"로 규정했다. 작년 여름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강조했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한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에 패배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이 60대 이상에서만 지지를 받고 영남 중심 인식을 탈피하지 못한다면, 향후 선거에서도 '만년 2등 정당'에 머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선 직후부터 세 차례 패인 분석과 당 혁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다. 수도권 중심의 당 혁신을 주장하는 윤 의원은 차기 당권 도전과 관련해 "당의 혁신은 나뿐만 아니라 보수 진영 전체에도 중요한 문제"라며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與 지도부, 수도권 위기론을 '내부 총질'로 이해
-지역의 바닥 민심은 어땠나.
"내가 만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열에 아홉은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더라. 수도권 위기론을 주장한 배경이었다. 총선 기간엔 지지자로부터 '정부가 너무 못해 국민의힘을 찍어줄 수 없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다."
-지도부는 왜 수도권 위기론에 대처하지 못했나.
"당과 정부의 성공을 위해 민심을 전달했더니 지도부는 '내부 총질'로 받아들였다. 한마디로 '수도권 감수성'이 약한 영남 지도부의 한계다. 수도권에서 내가 냉탕이 춥다고 말해본들 온탕에 있는 사람들은 전혀 모른다. '공천=당선'인 영남과 그렇지 않은 수도권 의원의 인식 차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언제부터 수도권이 보수 정당의 '험지'가 됐나.
"2000년 이후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이긴 총선은 2008년뿐이었다. 수도권 인구 구성의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다. 이번에 여야 득표율 차이는 서울 6%포인트, 인천 9%포인트, 경기 12%포인트였다. 서울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값 폭등으로 서울에 거주하던 젊은 세대가 교통 인프라가 좋은 인천과 경기로 빠져나간 탓이 크다."
수도권 중심 당 혁신해야 '2등 정당' 탈피
-이러한 유권자 지형 변화 추이가 당분간 계속될 텐데.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표를 더 얻은 세대는 60대 이상뿐이다. 보수 지지층인 60대 이상 인구비율은 전체 투표권자의 32%인데, 10년 후엔 23%로 줄어든다. 현재 진보를 지지하는 50대가 10년 뒤 60대가 된다고 해도 보수를 지지하지 않는다. 이런 상태라면 국민의힘은 '만년 2등 정당'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도권 중심의 당 혁신을 주장하는 것이다."
-수포당(수도권이 포기한 정당) 사포당(40대가 포기한 정당) 같은 평가도 있다.
"당에 수도권을 포기한 '수포자'가 많은 이유다. 김영선 김정재 박수영 임이자 최형두 의원, 강승규 권영진 유영하 이상휘 당선자 등은 수도권에서 잘 풀리지 않아 고향으로 내려간 분들이다."
-윤 대통령의 불통을 패인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은 분명한 잘못이다. 하지만 선거는 대통령이 아니라 당이 치르는 만큼 지도부의 책임도 크다."
-지도부의 전략이 잘못됐다는 건가.
"내가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메시지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권 심판론이 강고한데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꺼내면 유권자는 누굴 먼저 심판하겠나.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비전 제시도 없었다. 중도 확장을 위한 유승민의 선대위 합류, 당이 주도하는 선거를 말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의정갈등, 이종섭·황상무 논란, 대파 논란에서 대통령실이 전면에 부각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는데, 수도권·중도층에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14년 장기 집권' 英 보수당 사례 참고해야
-보수 재건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
"'뺄셈 정치' 같은 병폐부터 없애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영남을 뿌리로 한 보수 정당에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청년층과 중도를 대변하는 안철수가 결합해 출범했다. 그런데 집권 후 그 두 축을 잘라내 버리면서 대선 때 우리를 지지한 이들이 일부 이탈한 것이다. 이념적 동지 의식이 강한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이익집단 성향이 강하다. 어떤 사람에게 문제가 생기면 민주당은 보호부터 하는데, 우린 탈당부터 요구한다."
윤 의원은 이 대목에서 '수구 꼴통' 이미지가 고착된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해 점진적 개혁을 이뤄내는 '혁신 보수'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0년 이후 14년째 장기집권 중인 영국 보수당을 사례로 들었다. 이전까지 노동당에 3연패를 당한 보수당에선 마이클 하워드 당수가 2004년 1월 신문광고에 게재한 16가지 보수주의자의 신조(가치)로 국민들에게 보수주의(보수당)를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2015년 39세였던 데이비드 캐머런을 당수로 선출했고, 캐머런은 '따뜻한 보수'를 앞세워 2010년 정권을 잡았다. 윤 의원은 "보수란 가치를 국민에게 이념이 아닌 생활양식처럼 쉽게 제시해야 한다"며 "국민의힘도 국민에 군림하는 집단이 아닌 봉사하는 집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 보수가 되기 위한 전략이 있나.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 2008년 총선 당시 정두언 의원의 3중 전략(계층은 중산층, 이념은 중도, 지역은 전국 내지 수도권) 같은 확장이 필요하다. 일례로 총선에서는 40대에서 정권 심판론이 가장 강했다. 민주화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40대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이조 심판론을 말해선 안 된다. 그들에게 절실한 주거, 복지, 보육 관련 메시지와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새 지도부는 '민심이 당심'인 정치 보여야
-최근 비대위원장·원내대표 구인난은 여당의 무기력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낙점으로 박찬대 원내대표를 뽑았다. 국민의힘은 그나마 '찐윤' 이철규 의원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출마자들이 나타났다. 현재 여야 모두 독점 체제라서 각자 최고 지도자의 눈치를 보고 있다. 아직도 친윤 주류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안 변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궁즉통이라 하지 않나. 총선 참패와 대통령 지지율이 23%까지 떨어졌는데 변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여야 영수회담을 하고 비서실장 등 참모 인선을 기자 앞에서 직접 발표하는 등 변화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참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확한 민심을 전달하고 대통령을 설득해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총선 전과 같은 친윤 주류의 집단행동은 사라질까.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다. 친윤 주류가 집단행동을 주도할 때마다 '윤심이 곧 당심, 당심은 곧 민심'이란 명분을 강요했다. 영남당의 체질적 한계가 투영돼 있는데, 공천받기 위해 지도부 눈치를 보는 습성에 젖어 있는 것이다. 수도권은 다르다. 윤심만 강조해선 안 된다. '민심이 곧 당심, 당심이 곧 윤심'인 정치를 해야 한다. 그게 당과 대통령이 성공하는 길이기도 하다." (윤 의원을 포함한 비윤에선 민심 반영을 위해 '당원 100%'인 전대 룰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차기 당대표로 비윤 인사들이 거론되는데, 새 지도부에 필요한 리더십은.
"당이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제시할 수 있는 능력. 즉 혁신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황우여 비대위원장이 말하는 통합이나 결집이 아닌 혁신이 필요한 시기다."
한동훈, 정치 준비 안 하면 '황교안 전철' 우려
-총선 패배로 사퇴한 한동훈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 여부가 관심사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에서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치를 하려면 권력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당대표에게 선거는 경험하는 무대가 아니라 역량을 증명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총선 때 수차례 건의를 했지만 한 위원장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준비가 덜 돼 있다는 뜻이다. 그런 상태에서 다시 당대표를 한다면 2019년 황교안 전 대표처럼 실패할 수 있다."
-거대 야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협치는 이제 필수다. 야당 중진들과 중진협의체를 만들어 극단적 대결을 멈추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생산성 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 그러려면 당론보다 의원 개인 소신을 보장해 줘야 한다. 대화와 타협을 제도화하기 위해 권력분산형 개헌을 추진해 볼 수도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