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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 좋고 경제적인 발사체, 반자동 위성 양산 시스템 필요하다"

입력
2024.05.14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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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송·위성 부문 성공 전략
안전한 성공보단 경제성 확보로
"실패 거듭하며 정답 찾아가야"
발사체·위성 선순환 생태계 구축

편집자주

'뉴스페이스' 시대 우리나라 우주산업 성장을 이끌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은 우주항공청이 5월 27일 문을 연다. 국가 주도의 원천 기술 개발에서 경제성과 효율성을 목표로 우주산업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개청 초기의 임무 설계와 실행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주항공청의 핵심 조직인 우주항공임무본부는 크게 △우주수송 △인공위성 △우주탐사 △항공혁신의 임무를 분담하는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출범한다. 한국일보는 이들 임무 분야별로 우주항공청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했다.

지난해 5월 25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난해 5월 25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판 나사'를 표방한 우주항공청(KASA) 개청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간이 중심이 되는 본격적인 우주경제 시대가 막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빠르게 확대될 세계 우주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안정적인 물자·인력 수송 역량과 한 차원 높은 위성 서비스 인프라가 필수다. 그간 나로호와 누리호 같은 중소형 발사체를 독자 개발하고 독자 위성 설계 역량을 확보했지만, 우주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10년 이상이다. 이를 따라잡으려면 우주항공청이 치밀한 중·장기 전략을 세워 흔들림 없이 추진해 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다시 쓰는 발사체? 많이 싣는 발사체?

우선 다각도로 분화하고 있는 발사 수요에 대응할 발사체 개발 및 발사 기술 자립을 목표로 한 수송 부문에선 재사용 발사체가 최대 화두다. 우주청은 3월 임기제 공무원 채용공고를 내면서 우주수송 주요 업무 중 하나로 재사용 발사체 개발을 위한 사업 기획과 시제품 핵심기술 개발을 제시했고, 재사용 발사체 프로그램장도 채용한다고 밝혔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필두로 재편되고 있는 재사용 발사체 시장을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쏘아 올린 발사체의 1단을 지상으로 재착륙시켜 발사 단가를 낮추는 게 스페이스X의 전략이다.

지난달 8일 오전 8시 17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우리 군의 독자정찰위성 2호기를 탑재한 미국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이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 제공

지난달 8일 오전 8시 17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우리 군의 독자정찰위성 2호기를 탑재한 미국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이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 제공

다만 국내 재사용 발사체 기술 연구가 기초 단계인 데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완성된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곽신웅 국민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정부 주도 발사체 개발에서는 단 한 번 발사하더라도 실패 없이 마무리되는 게 중요했다면, 민간 개발은 그렇지 않다"면서 "스페이스X가 실패를 거듭하면서 결국 정답을 찾아가는 것처럼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발사 시스템에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일회용 발사체의 탑재 중량을 늘리고 엔진 추력을 높여 '쓸 만한 로켓'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2030년 1차 발사가 목표인 차세대 발사체의 저궤도 기준 탑재체 중량은 10톤(t)이다.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의 탑재체 중량은 저궤도 기준 22.8톤이며, 이 회사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은 100톤 이상의 우주화물 수송이 목표다. 탑재 중량이 무거우면 그만큼 발사 횟수가 줄어, 발사 단가가 낮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누리호와 차세대 발사체 비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와 차세대 발사체 비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소규모 발사 스타트업들에 기회를

위성 분야는 서비스 수요가 다양해질수록, 발사체 수요까지 함께 다각화돼 산업 생태계와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는 만큼 확실한 성장 전략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 우주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위성을 반드시 다목적으로 무겁고 크게 만들 필요가 없어진 만큼,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나 이노스페이스처럼 소형 발사를 주로 하는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향후 위성 제작 건수가 크게 늘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위성 양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첫 양산형 초소형 군집위성 '네온샛' 1호기가 발사됐고, 6G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 다량의 위성이 우주로 올라갈 전망이다. 곽 교수는 "미국 스타링크나 영국 원웹이 수백, 수천 개의 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위성 제작 시스템도 현재의 수동 제작에서 적어도 자동차 조립 공정 수준의 반자동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1호기가 발사된 초소형 군집위성 '네온샛'이 임무 수행을 위해 움직일 궤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지난달 24일 1호기가 발사된 초소형 군집위성 '네온샛'이 임무 수행을 위해 움직일 궤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아울러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한 뒤에는 정부와 민간 중 누가 주체가 될 것인지도 신중히 결정할 문제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 내정자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민간에 힘을 싣는 게 맞는 사업이면 민간 참여를 유도할 것이고, 민간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기술 개발은 정부출연연구원이 공동으로 하고 민간에 이양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위성 솔루션 기업 컨텍의 이성희 대표는 "우주항공청이 정부가 잘할 일과 민간이 잘할 일을 분리해 투 트랙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상용화 필요성은 적지만 미래 관점에서 필요한 기초연구 또는 심우주 탐사 같은 분야는 정부 주도로 기술을 축적하고, 민간은 이전받은 기술을 세계 시장에서 입증해 수출을 이끄는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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