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어린이 청소년
△행간을 걷다
김솔 지음. 뇌졸중으로 오른쪽 반신이 마비된 금고 제작자는 죽은 절반의 몸을 '너', '쉥거'라 부른다. 남자는 양분된 자아와 매일 하천을 산책하며 불륜을 저지른 아내의 기억, 과거의 살인을 곱씹고 존재와 존재, 의식과 의식의 틈새를 들여다본다. 책에서 하천은 곧 '행간'이다. 진리는 문자에 담기지 않고 여백에 담김을 상징한다. 저자 특유의 낯설게 하기 기법이 돋보이는 소설. 현대문학·220쪽·1만5,000원
△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
바버라 킹솔버 지음. 강동혁 옮김. 2023년 퓰리처상 수상작. 찰스 디킨스의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20세기 말 미국 남부 농촌에서 마약 중독자의 아들로 태어난 '데몬 코퍼헤드'의 이야기로 다시 썼다. 아동 학대 피해자인 데몬은 불법 아동 노동, 아편제 중독 등 무수히 많은 위기를 겪고도 꿋꿋이 살아 나간다. 주요 등장인물과 주된 줄거리를 디킨스 소설을 변용해 활용한 일종의 오마주이자 문화적 팬픽이다. 은행나무·848쪽·2만5,000원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김이설 지음. 20대에 만났지만 이제는 "요실금과 고혈압과 탈모와 우울증"을 겪으며 50대를 향해 가는 '난주'와 '미경', '정은'. 세 친구가 함께 강원 강릉으로 여행을 떠난다. 25년의 공백을 메우기에 3박 4일은 턱없이 짧지만, 함께 웃고 마시고 얘기하며 이들은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나이 듦에 익숙해지고 늙어감을 받아들이는 나이의 주인공들이 독자들에게 전하는 '소회의 기록'이다. 자음과모음·208쪽·1만5,000원
△이아생트의 정원
앙리 보스코 지음. 정영란 옮김. '이아생트 3부작'의 완결작. 전작에서 소녀 '이아생트'는 마법사 '시프리앵'의 주술로 영혼과 기억을 빼앗기고 '펠리시엔'이라는 가짜 이름이 붙은 텅 빈 존재가 된다. 그의 어린 시절 벗인 소년 '콩스탕탱'이 사랑의 힘으로 이아생트를 구해내면서 마침내 귀환하는 여정이 그려진다. 대지의 아름다움과 프랑스 시골의 풍경을 몽상처럼 신비롭게 묘사했다. 문학과지성사·427쪽·1만5,000원
△심지층 저장소
아네테 훅 지음. 서요성 옮김. 핵폐기물 처리를 둘러싼 불안한 미래와 앞으로 풀어갈 과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판타지 소설. 세계 각지에서 모인 5인은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해 인류를 보호하는 중대 프로젝트의 주역이다. 임무를 위해 함께 생활하며 유대를 쌓고 성장해 가던 중, 프로젝트가 갑작스럽게 중단될 위기에 처한다. 책은 현실적인 디스토피아를 그려 핵 산업의 경각심을 일깨운다. 산지니·320쪽·1만9,800원
△안녕♡바오
박남준 지음. 시인은 마다가스카르에서 만난 바오밥 나무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속 '별들을 망가뜨리고 파괴하는 나쁜 나무'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다. 다른 생명을 배려하는 다정한 나무에 감명받은 그는 '바오'라 이름 지은 바오밥 나무를 직접 기르기에 이른다. 저자의 마다가스카르 여행기와 함께,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처럼" 보살핀 바오의 성장 과정을 따뜻하게 담아낸 에세이. 기역·160쪽·1만7,000원
어린이·청소년
△만나러 왔어
다카하라 료 지음. 하마노 후미 그림. 김경석 옮김. 하얀 강아지와 하얀 돌고래의 종을 뛰어넘는 우정을 그렸다. 이야기는 바다에 빠진 강아지를 돌고래가 구해주면서 시작된다. 육지의 꽃을, 바다의 조개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아가는 둘. 계절이 바뀌며 돌고래는 겨울을 나기 위해 멀고 깊은 바다로 떠나고, 강아지는 매일 바다를 찾아온다.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우정의 의미를 아름답게 펼쳐냈다. 밝은서가·32쪽·1만6,800원
△용사 야노시
페퇴피 샨도르 지음. 처코 페렌츠 그림. 한경민 옮김. 헝가리 대표 시인이자 독립 운동가인 저자의 시를 샌드 아트로 재창조했다. 가난한 양치기 청년이 격랑 속에서 위대한 용사로 거듭나는 영웅담에는 시련 속에서도 삶을 지켜 주는 유머와 따뜻한 휴머니즘도 함께 담겨 있다. 지난해 샨도르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작품을 샌드 아트로 표현해 낸 처코 페렌츠는 한글판을 위해 새로 48점의 그림을 그렸다. 알마·228쪽·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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