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클라라 마테이 '자본 질서'
사회 안전망 축소로 이어지는
긴축재정 개념의 역사 추적
미국 뉴욕의 더뉴스쿨대 교수 클라라 마테이가 쓴, 본문만 350여 쪽 정도에 이르는 이 책은 긴축재정, 그러니까 한국식 표현으로는 '건전재정'에 대한 정치적 탄핵문이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모두가 허리띠를 동여매야 한다는 긴축재정은, 겉으론 경제논리 같지만 실은 정치적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속임수라는 것이다.
이 주장 자체가 새롭다고 보긴 어렵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긴축재정에만 매달리는 고루한 영국 재무부 관료들에게 분통을 터뜨리다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을 썼다. 또 완전고용이 이뤄지면 노동자들의 협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실업을 발생시킨다는 칼레츠키류의 주장 또한 낯설지 않다. 저자는 좀 더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급진적인 태도를 숨기지 않는데, 이는 서문에서 드러나듯 뉴욕시의 저소득층 의료보험 대폭 삭감 등의 상황에 빚진 바가 커 보인다.
그래서 이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저자가 짚어낸 긴축재정의 역사적 뿌리다. 저자는 그 이전 200여 년 동안 명목상으로 유지되던 '자유시장'이 1차대전으로 사실상 끝났다고 봤다. 전쟁할 땐 총동원체제를 꾸리느라, 전쟁 뒤엔 재건에 힘쓰다 보니 자연히 그리됐다. '정부가 휘둘러대는 너무나 노골적이고도 뚜렷하게 보이는 손'이 노출된 것이다. 때마침 볼셰비키 혁명도 일어났다.
자유시장주의자들은 불안해졌다. 그래서 세계 주요국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1920년 브뤼셀 회의, 1922년 제노바 회의를 연다. '국제 재정 회의'라 이름 붙은 두 회의를 통해 각국 정치인과 경제학자들은 '근검' '절약' '성실'을 내세운, 경제는 오직 경제 논리로만 풀어야 한다는 내핍의 경제학, 긴축재정의 논리학을 탄생시켰다. 저자는 영국과 이탈리아 사례를 집중 비교하는데, 전간기 시대 상황과 논쟁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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