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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석 '입법로비 의혹'은 MB 실세 강만수 사건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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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석 '입법로비 의혹'은 MB 실세 강만수 사건과 닮았다?

입력
2024.05.10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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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로 본 정치후원금 대납 사건]
'동료의원 후원금=윤관석 뇌물'로 본 검찰
2013년 강만수 '대리 후원금 사건'과 유사
검찰, 사실상 윤관석에 건넨 금품으로 의심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최근 제3자 뇌물 혐의로 별도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에 새로 불거진 의혹은 윤 의원이 사업가의 청탁을 받고, 다른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보내주도록 하는 식으로 '입법 로비'를 받았다는 것이다.

사업가로 하여금 다른 의원들에게 정치 후원금을 내도록 중개했다는 구조가 사건의 핵심인데, 대법원 판례상 합법적 형태의 정치 후원금의 경우에도 청탁과 대가성이 존재했다면 '뇌물 통로'로 인정하고 있다. 윤 의원 사건에서도 청탁 여부와 대가성의 유무, 그리고 윤 의원의 주도 여부가 기소 및 재판에서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절수설비 등 부품을 공급하는 W사의 대표 A씨가 윤 의원에게 수년 동안 건넨 골프 접대비 등 2,000만 원 상당을 뇌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윤 의원의 부탁에 따라 A씨가 민주당 초선 국회의원 8명에게 준 후원금을, 윤 의원에 대한 '제3자 뇌물'로 보고 대가관계를 따지고 있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이번 경우는 다른 의원들)에게 뇌물을 전하게 하거나 요구 또는 약속했을 때 성립된다.

합법적 외형을 갖춘 국회의원 후원금이라도, 뇌물죄로 의율된 선례는 있다. 2009년 대법원은 김춘진 전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의 대한치과협회 불법 후원금 사건 등에서 '정치자금 등 명목이라도 정치인인 공무원의 직무행위 대가라면 뇌물'이라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국회의원에게 건넨 후원금을 뇌물로 인정한 사례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실세'로 통했던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사건이 대표적이다. 강 전 행장은 2013년 3월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과 임기영 전 대우증권 사장을 시켜, 자신과 친분이 있는 국회의원 7명에게 1명당 200만 원~300만 원씩 총 3,840만 원의 후원금을 지급하게 한 혐의 등을 받았다. 강 전 행장의 뇌물수수죄와 두 사장의 뇌물공여죄가 각각 유죄를 확정받았다.

당시 법원은 후원금 기부 행위가 강 전 행장의 전적인 의사에 따라 결정된 점에 주목했다. △강 전 행장이 국회의원 명단을 특정해 후원금 기부를 지시했고 △기부 후 국회의원 측에 '사실은 강만수가 내는 후원금'이라는 점을 전달하기까지 한 것을 보면, 강 전 행장이 뇌물수수의 실질적 주체라고 본 것이다.

이런 기준은 윤관석 의원 사건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후원금 기부에서 윤 의원이 주도적 역할을 했는지 여부를 살피는 일에 검찰 수사력이 모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A씨는 검찰 조사에서 "2021년 12월 윤 의원으로부터 '형편이 되면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민주당 초선 의원 8명의 명단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입장에서, 명단 속 의원은 대부분 일면식도 없거나 이름도 몰랐던 정치인이었지만, 윤 의원의 부탁에 따라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검찰 쪽 약점은 A씨가 건넨 후원금이 비교적 소액이라는 점. A씨가 의원 8명에게 보낸 금액은 각각 50만 원씩 총 400만 원이다. 또 단순 뇌물죄(청탁받은 사람에게 직접 공여)와 달리 제3자 뇌물죄는 대가관계에 더해 '부정한 청탁'까지 확인되어야 처벌받는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A씨가 입법을 청탁하는 과정에서 그 대가로 후원금이 취급된 정황이 있기 때문에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최종 죄명은) 향후 확인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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