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압승으로 규제 완화 동력 상실
다주택 중과·임대 2법 개편 어려울 듯
윤석열 대통령이 부동산시장 정상화 차원에서 징벌적 과세 완화 등 기존 부동산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크지 않다. 이들 정책이 시행되려면 법 개정이 필수지만 22대 국회 역시 여소야대 형국이라 국회 벽을 넘을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규제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부동산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징벌적 과세 완화,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거론했다. 윤 정부는 출범 초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같은 세제 개편을 추진했지만 야당에 막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신 윤 정부는 양도세 중과 적용을 내년 5월까지 유예하고 조정대상지역을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만 빼고 무더기 해제했다. 비규제지역이 되면 각종 세제 족쇄가 풀리기 때문이다. 법 개정에 난항을 겪자 일종의 임시방편을 쓴 셈이다.
하지만 여당의 총선 참패로 세제 개편 역시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다주택자 양도세·취득세 중과 법안을 만든 민주당이 '부자 감세'를 이유로 완강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임기 동안 양도세 중과는 정부 조치(시행령 개정)로 유예된다고 해도 취득세 중과(법 개정 사항)는 그대로 유지된다. 더구나 집값이 올라 조정대상지역이 추가로 지정되면 자연히 양도세·취득세 중과 지역도 늘어나게 된다.
공동주택의 실거래 가격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90%(현 수준 69%)까지 올리는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문재인 정부 도입)은 오히려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부동산 세금도 덩달아 뛴다. 현실화 폐기 방침을 밝힌 정부와 달리 야권은 이 같은 현실화 로드맵을 아예 법제화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야당 압승으로 정부 정책과 정반대 입법이 이뤄질 여지가 생긴 셈이다.
전셋값 폭등을 야기했다는 지적을 받는 임대차 2법(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개정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임대차 2법을 도입한 민주당이 제도 폐지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미 '임차인 등록제'를 예고했고, 시장에선 이를 임대차 2법 보완 제도로 해석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시장 혼선을 부른 일부 조항만 손질하는 부분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법 개정이 필요해 민주당 동의 없이는 불가하다.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위한 법 개정, 지방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때 주려던 세제 혜택도 연내 법 처리 가능성이 크지 않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폐기 정책도 여야 공전을 거듭한 끝에 3년 유예로 결정 났지만, 야당 압승으로 폐기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는 "정부가 되돌리려는 정책 대부분이 민주당이 만든 거라 22대 국회에서 원활한 처리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며 "입법부와의 조율이 정부의 가장 큰 숙제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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