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급여로 수십억 비자금 조성
개인 골프장 공사비도 부당 지원
태광 "김기유가 한 일" 혐의 부인
이호진(62)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형의 선고로 상실·정지된 자격을 회복시켜주는 조치)된 지 9개월 만에 다시 구속 기로에 섰다. 이번에도 횡령·배임 혐의다. 경찰이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데다, 검찰도 이 전 회장을 수사하고 있어 재구속 가능성이 작지 않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이 전 회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 전 회장이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20억 원 넘는 비자금을 조성(횡령)했다고 보고 있다. 그룹 임원들을 다른 계열사에서 동시에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급여를 이중 지급하고, 이를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개인 소유 골프연습장 공사비를 그룹 계열사가 대납하게 한 혐의(배임)도 있다. 그룹 소유 골프장 태광컨트리클럽(CC)이 이 전 회장 개인 소유의 골프연습장 공사비 8억6,000만 원을 대신 내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그가 약 3년간 태광그룹 계열사 법인카드 8,094만 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이 전 회장 사건은) 혐의가 상당히 인정된다고 보고 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해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음을 시사했다.
검찰 역시 이 전 회장의 배임 혐의를 수사 중이다.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건으로, 그는 2015년부터 경영기획실을 통해 개인 소유 골프장 회원권을 그룹 내 계열사와 협력업체 등에 강매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또 이 전 회장이 김치·와인을 계열사들에 강매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이 전 회장과 태광 계열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 전 회장 측 청구를 인용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공정위는 태광그룹이 총수 일가 소유 업체에서 만든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들에 강매한 사실을 적발해 2019년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검찰은 강매를 직접 지시한 김기유 전 경영협의회 의장만 재판에 넘기고 이 전 회장은 불기소 처분했다. 시정명령 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승소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태광그룹은 이날 "혐의는 대부분 그룹 경영을 총괄했던 김 전 의장이 저지른 일로 이 전 회장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자금을 조성해 사용한 주체는 김 전 의장"이라고 주장했다. 공사비 대납 의혹도 "골프연습장은 김 전 의장이 관리 책임을 맡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앞서 2011년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확정받고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그는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 때 경제인 사면 대상에 포함돼 복권 조치됐다. 그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6일 오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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