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단행된 검찰인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검찰총장 당시 대검찰청 대변인을 지낸 이창수 검사장이 임명됐다. 김 여사에 대한 수사 및 특검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검찰 장악을 공고히 하는 인사가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법무부의 지검장·고검장급 인사(16일 부임) 발표 내역을 보면, 송경호 현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산고검장으로 승진했고,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신임 중앙지검장으로 보임됐다. 이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총장 입’ 역할을 맡아 ‘친윤’ 검사로 분류된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시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고, 전주지검장으로 있으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의 항공사 타이이스타젯 특혜 취업 의혹 수사를 진행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 수사의 중추 역할을 하는 만큼 연륜과 무게감을 갖춘 고검장급이 주로 임명된다. 이 지검장은 지난해 9월에야 검사장으로 승진해 이례적 발탁으로 볼 수 있다. 야권 수사를 지휘해 온 데 따른 ‘윤심’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최근 명품백 사건에 대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처분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번 인사는 염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총장 임기를 4개월 앞둔 시점인 데다, 중앙지검이 명품백 사건 전담팀을 꾸린 지 열흘 만에 지휘부가 사실상 해체됐다. 명품백 수사실무 총괄인 김창진 중앙지검 1차장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보임됐다. 더 공교로운 것은 고형곤 4차장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담당 수사 지휘부도 모두 교체된 점이다. 이 수사에 대해 지휘부는 '원칙'을 지킨다는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물론 송경호 검사장이 2년간 중앙지검장을 지내 교체 시기가 되긴 했다. 하지만 검찰이 김 여사 수사에 기지개를 켜자마자 수장을 바꾸는 것은 전례상 외압의 형태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수사를 마무리하고 다음 검찰총장이 인선된 후 주요 보직 인사를 내는 것이 순리였다. 신임 중앙지검장은 김 여사 수사팀의 지속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엄정한 처리 계획을 밝혀,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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