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조위, 5개 은행 대표사례 배상비율 결정
3월 발표한 분쟁안 근거, 개별 사례 적용
은행, 대표사례 참고해 자율배상 나설 듯
피해자모임 "집단소송 참여자 600명 모여"
금융감독원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한 5개 은행에 가입자별로 투자 손실액의 30~65%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14일 금감원에 따르면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전날 5개(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판매 은행별 대표사례에 대한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분조위는 금융소비자가 금융기관을 상대로 제기하는 분쟁조정 기구다.
분조위는 3월 발표한 'ELS 투자자 배상을 위한 분쟁조정기준안'에 근거해 대표사례 5건에 대한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분조위는 5개 은행별로 모든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설명의무 위반사항(20%)과 개별 사례에서 확인된 적합성 원칙 및 부당권유 금지 위반사항을 종합해 기본배상비율을 산정했다. 사례별 배상비율은 65%, 60%, 55%(2건), 30% 등이다.
예금 가입하려다 투자 권유받은 70대, 배상비율 65%
70대 고령자 A씨는 2021년 1월과 2월 NH농협에서 주가연계신탁(ELT) 2개를 가입했다. 금감원은 NH농협이 적합성 원칙 위반,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 금지 위반 등의 행위를 했다고 보고 기본배상비율을 40%로 인정했다. 여기에 A씨가 만 65세 이상 고령자이며, 대면가입했다는 점, 예·적금 가입목적이었다는 점 등이 인정돼 30%포인트가 추가 가산됐다. 다만 A씨가 과거 가입한 ELT에서 지연상환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점이 반영돼 5%포인트를 차감했다. A씨의 최종 배상비율은 65%로 결정했다.
반면 하나은행을 통해 ELT에 6,000만 원을 투자한 D씨 사례에선 손해액의 30% 배상 비율이 적용됐다. 그는 은행의 적합성 원칙 위반과 설명의무 위반이 확인돼 30%의 기본배상비율을 인정받았다. 또 대면가입을 해 은행의 내부통제 부실 책임 등을 적용해 10%포인트를 가산받았다. 다만 A씨가 과거 가입한 ELT에서 지연상환을 경험했고, 투자액이 5,000만 원을 초과했다는 점을 들어 10%포인트가 차감됐다.
이번 분쟁조정은 금융소비자와 은행이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한다. 금융소비자와 은행이 분조위의 결정을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은행 ELS 계좌만 24만 개…자율배상 속도 날까
은행들은 이번 조정안을 참고해 투자자들과 자율배상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동안 대표 사례가 나오지 않아 은행들은 개별 투자자에 대한 배상 비율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5대 시중은행으로부터 자율배상을 받은 투자자는 50명에 불과하다. 은행들이 판매한 ELS 계좌만 24만 개가 넘는다.
금감원은 "분조위 결정을 통해 각 은행별·판매기간별 기본배상비율이 명확하게 공개됨에 따라, 금융소비자와의 자율조정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며 "향후 은행과 금융소비자 간의 자율조정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투자자 중 일부는 손실의 100%를 보상하라며 집단소송도 준비하고 있어 실제 자율배상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길성주 홍콩ELS 피해자모임 위원장은 "분조위가 내놓은 결론에 대해 투자자 상당수는 수용할 수 없다는 분위기"라며 "현재 집단소송에 참여할 의사를 내보인 투자자만 600명 이상으로 로펌에서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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